이슬람교 기도실 만들고…스페인어 열공… 건설업계 '해외문화 배우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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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리즘‘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된 김 대리는 주말 아침 모처럼 쇼핑에 나섰다가 쇼핑몰에서 출입을 정지당했다. 반바지 차림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중동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남자들이 긴 바지를 입는 게 에티켓이다.’
대림산업의 사내 인트라넷에 올라온 내용이다. 대림산업은 지난달부터 인트라넷과 사내 방송을 통해 ‘낯설지만 알고 싶은 그곳, 아는 만큼 보입니다’라는 주제로 건설 현장이 있는 해외 주요국의 풍습이나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최근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5000억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해외 문화 배우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임직원의 해외문화 이해도가 사업 수주, 공사 수행 등 해외사업 성패를 가르는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GS건설은 해외 현장 근로 예정자들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외부 강사를 초청해 현지 문화 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가를 불러 중동과 동남아의 정치·경제 상황, 주요 풍습 등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해외 수주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현지어 강좌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스페인어 강좌에 쏠린 직원들의 관심에 깜짝 놀랐다. 이달부터 2개월간 실시하는 스페인어 강좌의 수강생(정원 20명) 모집이 10분 만에 끝났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하반기 칠레 산티아고 지점 개설을 앞두고 지난 2월부터 스페인어 강좌를 도입했다.대림산업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이슬람교를 믿는 직원을 위해 회사 내 기도실을 마련하는 등 외국인 직원을 존중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림산업과 SK건설은 인도에서 온 직원을 위해 인도식 식단을 사내 식당 메뉴에 추가하기도 했다.
박민우 국토해양부 건설정책국장은 “해외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사업 성공을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