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CEO] 공짜전화 시대…한 순간 유행인가, 또 다른 시작인가

<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지난 6월4일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인 ‘카카오톡’은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서비스인 ‘보이스톡’ 기능을 선보였다. 기존의 이동전화 통신망이 아닌 무선 인터넷 데이터망을 통 해 음성통화가 가능한 mVoIP 서비스는 아직 불안정한 데이터망으로 인해 기존 통신망의 통화품질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앞으로 꾸준히 개선될 무선 인터넷 통신망을 고려한다면 이동통신사들에는 위협적인 존재다. 보이스톡 이전에도 국내에는 이미 네이버의 라인, 다음의 마이피플,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온톡 등의 mVoIP 서비스들이 있었지만 보이스톡은 기존 카카오톡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기 때문에 통신사들과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른 사업자들의 보이스톡에 대한 반응

라인, 마이피플, 네이트온톡 등의 경쟁 mVoIP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카카오의 보이스톡 서비스를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보이스톡 서비스로 인해 다른 메신저들도 가입자 수와 이용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mVoIP 시장에서는 가장 큰 경쟁자이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앞으로 자신들의 인터넷전화 사업에 입지를 굳혀줄 수 있는 선두주자인 셈이다.

라인은 타 mVoIP 서비스보다 통화품질이 우수하다는 평을 무기로 삼고 있다. 네이트온톡은 네이트온이 기존 PC버전의 메신저에서 강세를 보였던 만큼 호환성에서 그 가입자들을 끌어올 기대를 하고 있다. 마이피플 역시 가입자 수가 재상승하는 호조를 보인다.애플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와이파이에서만 가능하던 모바일 영상통화 페이스타임을 3G 혹은 LTE 등의 무선 데이터망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해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mVoIP 시장에 뛰어든 이상 우리나라 이통사들과의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방송통신위원회, 시장 자율에 맡기다

지난 8일 석제범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은 “통신사가 시장 자율적으로 mVoIP의 허용여부와 수준을 결정하는 시장 자율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고 밝혀 정부의 규제를 기대하고 있었던 이통사들은 결국 다른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유럽의 경우에도 mVoIP 허용 여부나 수준을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것이 방통위 입장의 배경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 없이 뒤에서 방관만 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통사들은 mVoIP 서비스가 활성화 될 경우 정부가 규제해주지 않는다면 통신비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석 국장은 이들 사업자들이 요금제 안을 제출하면 그때는 인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시행초기인 만큼 방통위나 이통사들 모두 신중하게 지켜보는 상황이지만 요금인상 방안이 곧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반면에 카카오 측은 “보이스톡은 통화품질 등 여러 면에서 기존 이통사들의 음성통화를 대신할 수 없다”며 “정부 역시 섣불리 개입할 것이 아니라 시장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 왜 카카오 보이스톡만 문제가 되는가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mVoIP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11년 2월 다음의 마이피플이다. 그 이후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온톡과 네이버의 라인이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이통사들은 자율적으로 요금제에 따라 허용하거나 제한했을 뿐 지금처럼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통사들은 왜 이제 와서 보이스톡을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일까. ‘국민앱’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카카오톡의 가입자 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보이스톡의 국내 서비스 개시 이후 카카오톡의 가입자 수가 급격히 증가, 5000만명을 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동통신 시장 1위인 SK텔레콤의 가입자 수가 약 2600만명이라고 하니 카카오톡 가입자의 절반만 보이스톡을 이용한다고 가정해도 통신업계가 긴장할 만하다. 카카오톡의 메신저 서비스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이통사들의 문자 서비스에서의 수입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갈등 속에 지난 22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전병헌 의원실 주최로 ‘연속토론회, 카카오 보이스톡 논란과 통신 산업의 비전’이 열렸다. 지난 16일 이석우 카카오 대표와 이용자 대표 등이 참석했던 첫 토론회에 이어 통신사업자들의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이통사 대변인들은 통신망이 있기에 보이스톡과 같은 서비스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통신망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다각도의 접근 및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가장 높은 수위의 요구는 카카오와 같은 신규 서비스사업자를 기간역무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로 규정하라는 것이었다. 기간역무로 분류되면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이용자보호의무, 주파수 이용대가 지불 및 망 투자 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카카오는 망 투자에 나설 비용이나 이용자보호를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간역무 사업자에 포함된다면 지속적인 사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충식 방통위 상임위원은 “법제도가 신기술의 발전을 따라오지 못해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며 행정력의 한계에 어려움을 드러냈다. 카카오와 같은 국내 mVoIP 사업자들을 기간역무로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해외 사업자인 구글의 구글보이스나 애플의 페이스타임은 국내법으로 규제할 수가 없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 이통사들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어 절충안으로 요금인상안을 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