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 뉴타운'…"교통·쇼핑 빼곤 다 좋아요"

입주 5년차 '생태도시' 은평뉴타운 가보니

녹지율 42% … 쾌적성 뛰어나
상가 개발 부진…쇼핑 연신내로

166㎡ 형, 1억 깎아줘도 안팔려
아직도 600여가구 미분양
“탁 트인 북한산 풍광, 최신 아파트, 상쾌한 공기 등이 깔끔하게 어우러진 ‘쾌적한 그린시티’라고 자부해요. 그런데 중심상업지역 개발이 늦어지고 있어서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한 게 흠이죠.”(은평뉴타운 주민)

2008년 5월 입주개시 이후 5년째를 맞은 서울 은평뉴타운은 아직 ‘2% 부족한 미완의 뉴타운’이었다. 풍부한 녹지(녹지율42%)와 최신 주거시설이 어우러진 생태도시의 외형에도 불구하고 도심 연결 도로 확충이 지연되는 데 따른 교통불편, 중심상업지역 개발부진으로 인한 생활편의시설 부족현상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때문에 ‘은평뉴타운 마지막 분양’의 계약실적도 저조한 양상이다. ◆은평뉴타운 마지막 분양 ‘저조’

27일 오후 찾은 은평뉴타운 4단지 현대힐스테이트 진입도로는 북한산과 갈현근린공원의 짙은 녹음으로 둘러싸여 마치 ‘리조트 단지’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여름이면 아파트 뒤편의 북한산을 타고 흐르는 폭포를 볼 수 있어 ‘폭포동’으로 이름 붙여진 동네다.

SH공사는 최근 이 동네를 포함해 은평뉴타운 곳곳에 지어진 대형 아파트(637가구) 미분양분을 파격 할인분양하고 있다. 166㎡형은 최초 분양가보다 최대 1억원이나 깎아준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미분양 아파트 판매는 저조한 상태다.진관내·외동과 구파발동 일대 349만㎡ 부지에 1만5276가구(임대주택 5797가구 포함)가 들어선 은평뉴타운은 이 미분양 물량을 빼면 사실상 입주가 완료됐다.

폭포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66㎡형의 경우 SH공사가 아파트 매매 중개업체에 주는 수수료는 기존 800만원대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면서도 “앉아서 노느니 아파트를 파는 게 나아 적극 판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불편에 빛 못 보는 ‘쾌적 신도시’ 은평뉴타운은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인근에 있는 중심상업지역 개발이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지연되면서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대형 쇼핑몰과 호텔 등이 조성될 예정이던 상업용지는 작년 4월 첫 분양공고 이후 이달 말까지 8개 필지 중 1개만 팔렸다. 음식점 등 1·2종 근린생활시설이나 문화·집회시설을 지을 수 있는 편익용지도 거의 팔리지 않았다.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생필품을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나 쇼핑센터를 이용하려면 4㎞ 이상 떨어진 연신내까지 나가야 한다.

SH공사 판촉팀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부지 규모가 워낙 커 분양이 쉽지 않다”며 “편익용지의 경우 작은 것도 6000㎡ 크기(분양가 290억원)여서 보다 작게 나눠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진입도로인 통일로의 대체도로로 계획된 ‘은평새길(불광동 통일로~부암동 자하문길, 5.72㎞)’도 아직까지 착공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당초 내년에 완공 예정이었지만 서울시는 일부 반대 주민들 및 종로구와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아파트 거래 없지만, 발전 기대감은 커

서울·수도권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아파트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시세보다 5000만~6000만원가량 저렴한 급매물만 간혹 매매된다.

전용면적 84㎡형의 경우 일부 단지에서 4억원대 급매물이 나오고, 일반 시세는 5억1000만~5억6000만원이다. 분양가에 1억~2억원의 웃돈을 주고 매입한 상당수 입주자들은 차액이 거의 없거나 몇천만원 남는 정도다. 그래도 서울 다른 지역보다 집값 하락폭이 크지 않고 종합병원이 들어오기로 하는 등 개발 호재가 이어지면서 기대감은 살아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