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中企 리더스포럼 "내수 찬바람…中企 연쇄부도 우려"
입력
수정
업종별 대표 600명 참석
“작년에는 한 켤레 200원 하는 장갑을 많아야 10원 깎아줬습니다. 지금은 50원을 깎아줘도 안 팔려요.”
작업용 코팅장갑을 생산하는 송학장갑(충남 보령)의 최현규 사장은 27일 “경기가 안좋으니 경쟁 업체들끼리 제 살 깎기식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창고에 수백만 켤레씩 재고가 쌓여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대폭 낮춰 시장에 내놓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고 덧붙였다.벽돌 블록 등 콘크리트 제품을 만드는 세원콘크리트(대구)의 박용택 사장은 “올 들어 5월 말까지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콘크리트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하반기부터 부도나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27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제주에서 막을 올린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은 국내 중기 업종별 대표 6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친목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 비전을 밝히는 자리. 이번 행사의 주제는 “도전의 50년 희망 100년. 나눔의 새시대를 디자인하다’ 이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도전이나 나눔보다는 앞으로의 경제 상황 및 생존 전략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한상헌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나라산업 대표)은 “460여개 조합원사들이 매출 감소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며 “내수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수출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사출성형기 제조업체인 우진프라임의 김익환 회장은 “올해 국내 시장에서는 매출이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우진프라임은 다행스럽게 미국에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해 전체로는 20% 정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조 강연에서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상황을 감안해 하반기에는 공공기관 여유자금을 활용한 중소기업 대출펀드를 만드는 등 중소기업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상훈 한국육가공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의 다짐과 달리 현장에서는 금융회사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고, 만기대출을 회수하는 등 기업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현장에서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행사를 주최한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연말에 대선을 앞두고 있어 기업인들이 대선 주자들을 놓고 품평회를 할 만도 한 데 그런 얘기를 들을 수가 없다”며 “얼마나 기업 사정이 어려운지 가늠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제주=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