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또 불거진 외교부 '기강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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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외교통상부의 기강해이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지난 14일 주뉴질랜드 오클랜드 공관에서 총영사 A씨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파견된 현지 한국교육원장이 교육원 예산 문제를 두고 몸싸움까지 벌였다는 제보가 외교통상부로 접수됐다. 이 같은 사실이 교민사회에도 빠르게 퍼지자 외교부는 A씨를 국내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은 2주 만에 언론에 공개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CCTV 확인 결과 교육원장이 거칠게 다가서자 총영사가 밀쳐냈다”며 “일단 해프닝성 사건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툼을 벌인 두 사람은 평소 업무보고 체계를 두고 감정의 골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이 몸싸움을 벌였다는 자체가 현지 교민과 국민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외교관의 기강 해이에 엄중 대처하겠다며 ‘무(無)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지난해 초 중국 상하이 영사관 직원들의 처신이 문제가 된 일명 ‘상하이 스캔들’ 이후 외교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김 장관이 빼어든 강도 높은 카드였다. 이후 외교부는 문제가 되는 해외공관 근무자는 즉시 국내로 소환조사하고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등 자정노력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외교관의 실망스러운 행태가 이어지면서 외교부의 쇄신노력이 빛을 잃고 있다. ‘무관용 원칙’을 밝힌 지 한 달 만에 주 이르쿠츠크 총영사가 음주상태에서 추태를 부려 소환되는가 하면, 주중 우한 총영사는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공금을 유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 4월에는 태국 방콕에서 근무하던 외교관이 성추행 혐의로 소환돼 조사받기도 했다.
외교부에서 가장 강조하는 단어 중 하나는 ‘국격’이다. 국제무대에서 국익 확보를 위해 일하는 외교관들이기에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한국의 위상에 뿌듯함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낄 것이다. 국격이란 주요 20개국 회의(G20),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공직자 하나하나의 인격이 쌓이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이 더해지면서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우리 외교관의 ‘격’이 걱정스러운 이유다. 연이어 터지는 기강해이는 외교관 스스로의 품격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국격까지 갉아먹고 있다.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