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IST의 소신 있는 결정을 지지한다

KIST가 구내식당 사업자 입찰에서 중소기업을 배제하기로 했다고 한다. 참가 자격을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으로 제한하면서 중소기업은 처음부터 후보에서 뺐다는 것이다. KIST의 이 같은 방침은 공공기관 급식업체 입찰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상주 직원이 2000명이 넘어 중소기업에 식당 운영을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게 KIST의 설명이다. “중소기업 배려도 좋지만 급식 수준과 위생문제가 더욱 중요하다”며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역량이 어느 정도 검증된 업체를 중심으로 선정할 수밖에 없다”고도 밝혔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다른 것도 아닌 먹는 문제에서는 직원 건강과 위생이 최우선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처럼 극히 당연한 결정도 맘대로 못하게 정부가 규제하는 게 바로 우리나라다.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부터 자산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대기업들은 공공기관 급식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동반성장 공생발전의 구내식당 버전인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공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다 할 법적 근거도 없는 황당한 규제다. 재정부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 재정부 장관의 승인으로 별도의 계약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는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2조2항을 근거조항으로 댄다. 그러나 대기업의 구내식당 참여를 막아야 할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중소기업이 식당을 운영한다고 무조건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급식 대상인원이 워낙 방대하다 보면 때로는 중소기업이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마다 사정에 맞는 사업자를 선정하면 될 일을 정부가 획일적으로 규제하면서 온갖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대기업과의 급식 위탁계약이 종료되는 공공기관은 올해만 40여개로 추산된다. 재정부는 그저 권고사항일 뿐이라지만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KIST의 결정을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