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달러 vs 위안화, '3차 통화전쟁'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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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선정 상반기 우수도서“짐, 우리가 맺은 협정에 대해 미국이 반격할 겁니다. 솔직히 우리는 달러 기반의 무역 체계에서 명령을 해대는 미국에 신물이 납니다. 아직 달러를 대체할 준비는 안 돼 있습니다. 하지만 금은 항상 양화였습니다. 세계가 금본위제 형태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커런시 워 / 제임스 리카즈 지음 / 신승미 옮김 / 더난출판 / 408쪽 / 2만원
러시아 관료는 이렇게 말하고 중국에서 엄청난 양의 금을 비밀리에 사들였다. 달러 기축통화 시대에 염증을 느끼는 국가들이 이를 해체하려 시도하는 것. 물론 현실의 일은 아니다. 미 국방부가 2009년 3월 전문가를 모아 실시한 모의 금융 세계대전의 한 장면이다.《커런시 워》는 이 가상전쟁에 참여했던 미국의 통화제도 분석가이자 투자은행가인 제임스 리카즈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 통화 전쟁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세계 통화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미 중앙은행(Fed)은 두 차례 ‘양적완화’를 단행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저자는 이 정책이 초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자산 가격에 버블이 끼었다 빠지면 또다시 위기가 올 수 있는 데다, 달러 발행으로 중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브라질 주식시장에 버블이 생기는 등 주변국에 영향을 준다. 또 15조달러가 넘는 미국 부채가 평가절하돼 채권국이 회수하는 돈은 실질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각국이 통화정책 운용을 ‘이기적’으로 할 만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2009년 미 국방부가 실시한 모의 금융 세계대전 이야기를 통해 미국이 1930년대나 1970년대와 비슷한 금융위기 시대로 진입했다고 선언한다. 이어 현재의 국제통화 체제가 확립돼 온 역사를 되짚어 보고 1930년대와 1970년대에 있었던 통화전쟁을 돌아본다. 또 2010년 극심했던 ‘3차 통화전쟁’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류경제학을 비판하고 금본위제, 다수의 기축통화 등 미래의 통화체제 모습을 전망한다.통화 전쟁을 다룬 책은 필연적으로 달러에 대한 책이 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달러의 탄탄대로는 지속될 수 없고, 따라서 달러도 지속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것이 대혼란으로 가는 이정표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파국을 피하기 위한 해결책을 몇 가지 제시한다. 대형 은행을 여러 개로 나누고 은행의 활동을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 파생상품 거래를 대부분 금지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 질서가 해체될지, 어떤 대안이 현실이 될지 예측하기엔 이르다. 달러와 미국의 힘은 앞으로 계속 유지될 것이란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도 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섣부른 예측이라기보다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토대가 절대 견고하지 않다는 경고다. 현대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통화전쟁 또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통적 ‘세계 대전’과 별다를 바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이 통화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대표적 ‘패전국’이라고 지적한다. 주요 통화의 평가절하가 발생하면 수출이 큰 타격을 받지만 상황을 반전시킬 능력이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저자의 경고가 무섭게 다가온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