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라이벌도 없는데 왜 이래?

AT&T내셔널 1R 30위…매킬로이·미켈슨 등 불참

이번 주말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회는 ‘타이거 우즈 대 반(反) 우즈’의 대결구도로 펼쳐지고 있다.

29일(한국시간) 미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콩그레셔널CC에서 막을 올린 미국 PGA투어 AT&T내셔널(총상금 650만달러·우승상금 117만달러)은 타이거 우즈가 주최하는 대회다. 대회 수익금의 일부는 타이거 우즈 재단으로 들어간다. 우즈는 이 대회에서 평소에는 하지 않는 공식 사인회를 갖는 등 애정을 쏟고 있다. 출전자도 대부분 우즈와 친한 선수들이다. 외신들은 평소 우즈의 친구들에 대해 “실력은 뛰어나지만 결코 우즈를 넘어설 수 없고 위협이 안되는 선수들”이라고 묘사한다. 짐 퓨릭이 대표적이며, 더스틴 존슨, 헌터 메이헌, 아담 스콧, 제이슨 데이, 닉 와트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경주도 그 부류에 속한다.

퓨릭은 2주 전 US오픈 마지막날 선두를 달리다 16번홀에서 티샷 실수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후 혼자서 슈퍼마켓에도 가지 못가고 식당도 아는 사람이 함께 가야 할 정도로 대인기피 증세를 보였으나 우즈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대회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스폰서인 AT&T는 우즈의 스캔들이 터진 직후 가장 먼저 후원 계약을 포기한 회사다. 우즈는 당시 골프백에 AT&T 로고를 달고 다녔다. AT&T는 우즈와 후원계약은 종료했으나 타이거 우즈 재단에 도움이 되는 AT&T내셔널은 계속 후원하고 있다. 우즈는 올 시즌 첫 대회로 AT&T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을 택해 화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즈의, 우즈에 의한, 우즈를 위한 대회’에 로리 매킬로이나 필 미켈슨, 리 웨스트우드, 루크 도널드 등 평소 라이벌로 거론되는 선수들은 모두 불참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콩크레셔널CC에서 열린 US오픈에서 합계 16언더파 268타를 쳐 72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전 세계 골프팬들은 매킬로이가 1년 만에 이 코스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해했다. 매킬로이는 최근 5개 대회에 출전해 4개 대회에서 컷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자존심 회복을 위해 자신과 ‘찰떡궁합’인 코스에 나타날 만했다.

그러나 매킬로이는 고국 북아일랜드의 로열포트러시GC 던루스링크스(파72·7143야드)에서 29일 시작된 아이리시오픈에 출전했다. 이 대회의 총상금은 249만달러(우승상금 41만5000달러)로 AT&T내셔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매킬로이의 출전은 현지에 엄청난 폭발력을 가져왔다. 하루 2만7000장씩의 대회기간 갤러리 티켓이 모두 매진됐다. 역시 아일랜드인인 그레임 맥도웰, 대런 클라크, 파드리그 해링턴 등도 총출동했다. 브리티시오픈을 앞두고 링크스 코스를 맛보려는 PGA챔피언십 우승자 리치 빔, 키건 브래들리도 출전했다. 첫날 우즈는 1오버파 72타로 공동 30위를 했고 매킬로이는 2언더파 70타로 공동 53위에 올라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우즈는 선두인 보 반 펠트(미국)에게 5타 뒤져 있고 매킬로이도 공동선두인 지브 밀카 싱(인도), 그레고리 버디(프랑스)와 5타차다.

한편 우즈와 동반 라운드한 최경주는 8오버파 79타(공동 114위)로 무너졌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