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의 뚝심…'66년 대한생명' 간판 교체

새 이름 '한화생명'…주총 찬성표 모으기 '007작전'

"계열사인지 잘 몰라" 10년 전부터 추진
2대주주 예보와 표대결…70% 마지노선 가까스로 통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0·사진)이 10년 숙원을 풀었다.

한화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생명은 2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한화생명(영문명 HANWHA LIFE INSURANCE)’으로 사명을 바꾸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최 측이 집계한 찬성표는 출석주주의 71.7%. 안건 통과를 위한 마지노선인 70%를 불과 1.7%포인트 차로 넘긴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생명은 간판 교체작업 등을 거쳐 그룹 창립기념일인 10월9일 새 사명을 공식 도입하기로 했다. 한화손보 한화증권 등 그룹의 7개 금융계열사 중 지금까지 ‘한화’ 간판을 달지 않은 곳은 대생이 유일했다.

사명 변경은 김 회장이 대생을 인수한 2002년 이후부터 계속 추진해온 숙원 사업이었다. 대생이 한화그룹 계열이란 점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 데다 그룹 차원의 통합 마케팅을 전개하는 데도 불리해서다.

하지만 번번이 2대 주주(24.75%)인 예금보험공사의 벽에 부닥쳤다. 예보는 이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예보 관계자는 “66년 역사를 가진 대생 브랜드를 유지해야 추후 지분매각 때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영문명인 ‘KOREA LIFE’도 대표성이 있었지만 표대결에서 졌다”고 말했다. 대생은 김 회장의 특명에 따라 수개월 전부터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 올해가 그룹 창립 60주년 및 대생 인수 10주년이란 점에서 적기라고 판단했다.

대생 기획팀은 찬성표 70%를 끌어모으기 위해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직원 의결권을 위임받는 한편 라자드에셋 등 해외 펀드(지분율 7.24%)에 ‘SOS’를 쳤다. 사모펀드의 찬성표를 얻어내려고 해외 기업평가회사들까지 설득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대생 관계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을 졸이며 결과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대생은 이번 사명 변경에 따라 한화그룹의 다른 계열사들과 통합 마케팅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다. 2020년엔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대생은 1946년 국내 최초의 생명보험회사로 출발했다. 1969년 신동아그룹에 인수됐다가 2002년 한화그룹에 편입됐다. 인수 당시에도 김 회장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생 인수를 밀어붙이는 등 금융사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김 회장은 인수 직후 2년간 ‘무보수 대표이사’로 근무하며 외환위기 때 쌓였던 부실을 털어냈다.

2003년엔 대생의 연도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밤 9시까지 전국 6000여명의 설계사와 악수하며 교감을 나누기도 했다. 김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대생은 10년 안에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생은 현재 자산 68조원 규모로 한화 계열사 중 ‘맏형’으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 인수도 적극 추진 중이다.대생의 사명 변경으로 금융 그룹과 미래 신소재 중심으로 회사를 키우겠다는 김 회장의 꿈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