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아파트는 가라"…캥거루·콤팩트·땅콩주택 살아볼까

실속형 신개념 주택 '개성 시대'

캥거루 주택
주인용·임대용 공간 나눠 '한지붕 두가족' 거주 OK

콤팩트 하우스
단독주택 대지 절반으로 텃밭·정원 있고 3억원대

미국도 실속 주택 바람
은행 빚 하나도 없는 33㎡ 초미니 하우스 인기
‘콤팩트주택, 캥거루주택, 땅콩주택, 타이니(tiny)주택, 모듈러주택.’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다양한 유형의 ‘신개념 주택’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형태는 다양하지만 추구하는 목표는 ‘실속’으로 모아진다. 실속형 신개념 주택의 3대 요건은 small(대지의 최소화 및 주택의 콤팩트화), cheap(합리적인 가격), simple(건축비를 최소화한 단순한 구조)이다. ◆실속형 신개념 주택이 뜬다

최근 들어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전국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하는 단독주택은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LH 관계자는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30~40대가 단독주택 부지를 많이 매입한다”며 “마당 딸린 집에서 자연을 벗하며 살거나 자녀를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어하는 이들이 주요 수요층”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과거처럼 넓은 마당이 딸린 큰 집을 짓지는 않는다. 실속형으로 개성있게 짓는다. 다양한 형태의 신개념 단독주택들이 쏟아지는 이유다.단독주택 전문업체인 드림사이트코리아가 경기도 이천 서이천IC 인근에 조성하는 단독주택 단지 ‘동연재(50채)’의 컨셉트는 ‘콤팩트 하우스’다. 과거 단독주택은 최소 495㎡(약 150평) 이상의 대지 위에 165㎡(50평) 이상으로 지어졌다. 콤팩트 하우스는 231㎡(70평) 전후의 대지 위에 132㎡(40평) 전후로 지어진 목조주택이다. 마당이 아담하고, 친환경·고단열 자재를 사용해 아파트보다 유지 관리비가 적게 드는 게 특징이다. 땅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집에 대한 눈높이를 두 배로 높인 것이다.드림사이트코리아의 이광훈 대표는 “요즘 단독주택 수요자들은 정원 관리에 대한 부담 때문에 무작정 넓은 마당보다는 최소한의 텃밭과 정원만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꼭 필요한 만큼의 마당과 집을 3억원대 가격에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기왕이면 재테크를 겸하려는 이들도 많다”며 “이런 니즈를 반영해 서울 접근성이 좋고 SK하이닉스 증설, 롯데패션아울렛 조성, 대규모 도자예술촌 조성 등의 호재가 있는 지역에 사업부지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넓은 전원주택을 두 가구가 쪼개 쓰는 ‘캥거루 하우스’도 등장했다. 캥거루 하우스는 부분 임대형 아파트의 전원주택 버전이다. 대표적인 곳이 전원주택 전문업체인 OK시골이 강원도 횡성에서 분양하고 있는 OK시골마을이다. 전체 14가구 가운데 3가구를 캥거루 하우스로 지었다. 주택 내부를 주인용 공간(60㎡)과 임대용 공간(23㎡)으로 구분해 ‘한지붕 두 가족’이 살 수 있다. 김경래 OK시골 대표는 “양평 등에는 월세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장기 요양용 캥거루 하우스까지 있다”고 전했다.

작년부터 수도권 택지지구에 많이 들어선 땅콩주택(듀플렉스 홈)은 231㎡(약 70평) 정도의 대지에 집 두 채를 붙여 지은 집이다. 3억원대에 단독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누리고 있다.모듈러주택도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벽체 기둥 등 주택의 주요 부재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짜맞춰 건립하는 주거시설이다. 2개월이면 설계 시공 입주가 가능해 건축할 때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포스코A&C가 적극적으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세키스이하임, 미사와홈 등 일본 업체들도 국내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미국도 실속형 주택 바람

실속형 주택 바람은 미국에서도 불고 있다. 마당에 집 한 채를 더 들이는 ‘인필 하우징(in-fill housing)’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은행 빚 제로 상태로 건축하는 33㎡ 미만의 초미니하우스인 ‘타이니 하우스(tiny house)’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집값의 대부분을 대출로 조달하는 미국인들은 평생 주택 할부금을 갚으면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은행 빚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이런 실속형 주택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드림사이트코리아의 이 대표는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not so big house》란 책이 10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 셀러가 된 이후 다양한 실속형 집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