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등급 '생얼' 보기 힘드네

금감원 인사·발행사 입김에 독자 신용등급 도입시기 미뤄져
▷마켓인사이트 6월29일 오후 2시11분 보도

국내 신용평가시장 선진화를 위해 도입하기로 한 ‘독자 신용등급’ 제도가 흐지부지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의견 수렴과 규정 개정을 이유로 도입 시기를 자꾸 늦추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 인사와 기업들의 반발이 맞물려 무기한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독자 신용등급 도입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독자 신용등급이란 정부나 모기업,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개별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만을 평가해 신용등급을 매기는 제도를 말한다.

금융당국은 올초 신용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열 때만 해도 2분기 중 모범규준을 만들어 도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최종 모범규준을 마련하지 못했고 최근엔 별다른 진척도 없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용평가사의 내부통제기준 법규화 등 다른 추진 과제와 일정을 맞추기 위해 독자 신용등급 도입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며 “4분기께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이뤄진 금융당국의 인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 금감원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책임지는 실무 팀장이 교체됐다. 신용평가 제도 개선을 진두지휘한 홍영만 금융위 상임위원은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후보로 올라 있다. 금융당국이 채권 발행 기업들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