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공 농협 농업경제 대표 "농협식품, 한국판 '웰치스'로 만들 것"

자립 3~5년 걸릴 듯…101개 공장 통폐합 필요
가공식품 사업에 '주력'…첫 작품은 '냉동밥' 될 것
“냉정하게 볼 때 농협 경제사업이 자립하기까지 3~5년은 걸릴 겁니다. 곳곳에 뿌리내린 비효율을 뽑아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지난 2월 취임한 김수공 농협 농업경제 대표이사(58·사진)는 요즘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제사업이 3월 시행된 새 농협법에 따라 신용사업과 분리되면서 ‘홀로서기’의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조합원(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축산물 판매와 유통 등 농협 경제사업 전반을 지휘하는 그에겐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2020년까지 5조원을 투입하는 사업활성화 계획도 이달 초 정부와 최종 협의를 남겨놓고 있다. 김 대표는 2일 “개별조합으로 쪼개져 있는 사업조직을 하나로 뭉쳐 강력한 판매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농협 본연의 경제사업이 50여년 만에 ‘새판 짜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조직에 대한 그의 최대 불만은 취약한 판매 교섭력. 농협이 취급하고 있는 연간 23조원의 사업 물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생산자협동조합으로서 ‘제값 받고 팔아주기’가 중요한데, 그동안 하나로클럽 등 마트사업에 집중하다 보니 우선순위가 바뀌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주)농협공판 (주)농협쌀 (주)농협식품 등의 자회사를 설립, 품목별로 판매 창구를 단일화함으로써 유통업체를 상대로 강력한 교섭력을 갖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식품 가공사업에도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미국 포도농가협동조합이 만든 ‘웰치스’가 글로벌 음료업체로 성장한 것처럼 (주)농협식품을 매출 4000억원의 중견 식품회사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첫 주력 제품은 ‘냉동밥’이 될 것이란 귀띔이다. 데우기만 하면 밥이 되는 제품이다. 그는 “전국 101곳에 농협 가공공장이 있지만 브랜드가 제각각인 데다 판로도 협소해 ‘가공으로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비즈니스 전략이 잘 통하지 않고 있다”며 “선식으로 일본 수출길을 뚫은 서원농협(강원 횡성) 등 모범 사례를 연구해 사업모델을 확산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후죽순 격으로 이뤄진 분산투자가 농협 비효율을 낳고 있다는 점을 토로했다. 그는 “정치권이 그동안 생산자 역량은 감안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예산을 따내는 바람에 경쟁력 없는 가공공장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며 “기름값도 못 내는 사람에게 대형 차를 사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1990년대 이후 전국 농협 160여곳에 세워진 미곡종합처리장(RPC)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상당수는 가동률 저하로 투자비도 못 건져 통·폐합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 투입 예정인 4500억원도 철저한 사업 타당성 검증을 거쳐 지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이번주 정부와 세부 협의가 끝나는 대로 청과 물류센터 설비(797억원), 급식·식재료 기업 인수(250억원) 등에 대한 투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3~5년 내 경제사업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투자에 비례해 이익을 배분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선진 경영이 정착한다면 자립도 먼 얘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