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못 갚아 경매로 넘어간 집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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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으로 대출이자 못내…올 상반기에만 328건 달해신용카드 사용대금을 갚지 못해 살고 있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수도권 거주자들이 늘고 있다.
2일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카드대금 연체를 이유로 카드사가 수도권에서 경매신청한 부동산 물건 수가 2009년 486건, 2010년 522건, 2011년 553건 등으로 증가 추세다. 올 상반기에도 카드사가 경매에 부친 부동산 물건이 328건에 달했다.지지옥션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올 한 해 ‘카드 빚 경매부동산’은 작년 수준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정충진 경매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열린)는 “부동산시장 활황기에 대출을 끼고 주택 구매에 나섰던 사람들이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서 대출이자로 인한 카드 빚이 쌓이며 경매에 내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매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이 연체 대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한다. 카드 연체대금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정도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배당 순위에서 앞서는 금융회사 대출이 많아서다.
경기 분당신도시 야탑동 전용면적 164㎡ 대우아파트 소유주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오기 전인 2008년 5월 한 저축은행에서 10억7500만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아파트 시세는(KB국민은행 통계 기준) 11억9500만원이었다. 이후 아파트 값이 계속 하락하면서 이자조차 내기 힘들어진 집주인은 카드를 쓰기 시작했다. 결국 2000여만원의 카드 빚을 못 갚아 경매에 부쳐졌다. 지난달 11일 5억8500만원에 낙찰돼 카드사뿐만 아니라 저축은행도 손실을 입게 됐다. 몇백만원의 카드 빚 때문에 살고 있던 수억원짜리 집이 경매를 당하는 사례도 가끔 발생하고 있다. 서울 목동 전용면적 98㎡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의 경우 감정가격은 11억원이지만 경매청구액은 880만원에 불과하다. 이 물건은 세 차례 유찰돼 최저가 5억6320만원에 다음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