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시간을 사는 모험, 그게 여행이죠"
입력
수정
산문집 '바람…'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이는 이 일을 성사시키려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이가 있다. 시인 이병률 씨(45·사진)다. 이씨는 ‘여행은 시간을 벌어오는 일’로 정의한다. 낯선 곳에서는 누구나 ‘역사적 시차’를 경험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씨가 두 번째 여행에세이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달)를 펴냈다. 50만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끌림》이후 7년 만이다. 책은 이씨가 20년간 가슴에 쌓아온 여행의 감상과 에피소드 모음이다. 이씨의 사적인 경험과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좋다. 손금의 생명선이 유난히 길어 보이기에 오래 살겠다고 했더니 “너, 의사구나!” 하며 아픈 딸아이를 봐달라던 케냐의 가게 주인도 나온다.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라면과 콩을 나눠 주니 빈 라면봉지에 흙을 담아 콩을 기르던 인도의 가족들도 있다.
이씨가 가장 좋았던 곳으로 꼽은 나라는 루마니아다. 밤색과 베이지색 계통의 풍경들 모두 눈에 담아오고 싶은 그림 같았기 때문이라는 것. 어린 시절 꿈이 화가였지만 부모의 반대로 접어야 했던 그에게 ‘그 나라의 미술감독’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줬다고 한다.
이씨는 “계속 부유(浮遊)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욕심이 있다면 말을 잘하고 싶다는 것. 달변을 원하는 게 아니라 의사소통을 잘하고 싶다는 뜻이다. 어디서든 사람들과 얘기하고 그들 속에 스며들기 위해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책 속의 구절들이 어서 떠나라고 재촉한다. ‘세상의 경계에 서보지 않은 나에게, 세상은 아무 것도 가져다줄 게 없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