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원내대표도 모른다는 '김종인式 경제민주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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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논쟁 확산] "경제권력이 국가 좌지우지 안돼…기업의 탐욕 제어해야"
시장경제 룰 수정 주장
"富의 집중으로 불평등 심각…정치권력이 나서 해소 해야"
재벌 해체에는 반대
"대기업의 경쟁력·역할 인정…스스로 개혁하게 신호 줘야"
이한구 또 '반격'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내용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
김종인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를 놓고 충돌하면서 김 전 위원의 구상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 전 위원이 박근혜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종인 구상은 김 전 위원은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제민주화의 정의에 대해 “그동안 한 강연과 책, 비대위 시절 정책, 인터뷰를 참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의 강연과 정책,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시장경제를 존중하되 경제권력의 탐욕을 국가가 제어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지난달 12일 경제민주화실천모임 강연에서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영국 정치인 에드먼드 버크가 의회에 보낸 편지를 인용했다. 그는 “그 편지에는 ‘인간의 소위 욕망이란 것은 끝이 없어 그대로 허용한다면 다른 사람의 자유를 해치기 때문에 그들을 제재할 장치를 의회가 만들어 달라’고 적혀 있었다. 지금 경제민주화도 그런 취지에서 받아들이면 문제가 없다”고 소개했다. “인간은 탐욕스러워서 시장의 효율만 좇다보면 부의 집중과 독과점의 문제가 생기니 정치권이 이를 제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탐욕을 제어할 대상으로 대기업을 꼽는다. 그는 “산업화 50년 동안 부의 집중이 나타나 현재 미국 다음으로 부의 분배가 불평등하다”며 “이에 따라 경제세력이 정치세력을 압도하는 상황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석에서 “1987년 헌법 개정 때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으려 하자 재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그런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언급하곤 한다.따라서 우리도 시장경제의 룰을 수정해야 할 시기라고 김 전 위원은 보고 있다. 그는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든 게 이뤄지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 미국 독일 등도 다 자기 특성에 맞게 자본주의를 수정적용해 성공했다”고 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경제민주화를 ‘좌클릭’으로 볼 수는 없으며, 새누리당 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재벌을 해체하거나 재벌을 직접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데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지금 갖고 있는 대기업의 힘과 긍정적 요소는 그대로 남겨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되,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호효과’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여론을 업고 개혁을 선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행정관료는 절대로 할 수 없고, 그럴 의지도 없기 때문에 국민의 힘을 위임받은 정치권이 나서 재계가 스스로 자제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이 시장으로 다 넘어갔다며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대통령(노무현)은 대통령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 그는 “재계도 스스로 자신의 힘을 인정하고, 냉정히 판단해 탐욕을 자제하는 게 함께 사는 길”이라고 주문한다.
김 전 위원의 구상은 비대위원 시절 정책에 녹아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폐해 방지 △하도급 제도 전면 혁신 △프랜차이즈 불공정 근절 △연기금의 주주권 실질화 등이다. 대부분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연 대선공약에도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당과 캠프 사이에서 우위를 논하기는 그렇고, 캠프의 공약을 당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없는 것 같다”고 거듭 공격했다. 김 전 위원이 전날 MBC라디오에 나와 자신을 “재벌의 대변자”로 언급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또 “김 전 위원은 이 원내대표가 재벌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말을 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김 전 위원에게 물어봐야지 저한테 물어보면 어떡하느냐. 뭘 갖고 그렇게 판단했는지 거기다 물어보라”고 했다.그러면서 “저는 경제민주화 개념은 학술적 문제가 있는 용어여서 잘 이야기하지 않지만 새누리당에서 지난 총선 때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공약한 내용이 몇 개 있는데 그것은 확실히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와 만나 “김 전 위원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기자가 물어서 알려달라”고도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