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한 욕구, 도예로 풀었죠"

이천세계도자비엔날레 전시감독 이인진 씨, '토우-하늘 아래 집' 展

사람들은 누구나 집이란 공간에 빚을 지고 있다. 그 좁은 공간에서 넉넉한 삶의 위로를 얻는다.

집을 소재로 한 대규모 도예 전시회가 마련됐다. 2013년 이천세계도자비엔날레 전시감독으로 선임된 도예가 이인진 씨(54·홍익대 교수)가 경기도 용인의 복합문화공간 지앤아트스페이스(관장 지종진)에서 펼치고 있는 ‘토우(土宇)-하늘 아래 집’전이다. 이씨는 물레를 돌려 도기작품을 만들어온 중견작가. 유약을 바르지 않고 전통가마에서 7일 이상 구워 만드는 무유도기(無釉陶器) 기법의 맥을 잇고 있다. 중학생 때 가족과 미국으로 건너가 오렌지코스트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도예를 공부한 그는 1989년 서울현대도예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박물관과 대영박물관 등 해외 유명 미술·박물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이씨는 그동안 항아리와 병, 사발, 접시, 컵, 술병, 잔 등 일상 생활에 쓰이는 다양한 도예 작품을 선보였다. 최근 들어 회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오는 9월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흙으로 빚은 집 모양의 도예작품(사진)과 그림 등 100여점을 내놓았다.

이씨는 “집은 흙과 불이 만나 부리는 조화를 담는 곳”이라며 “흙과 불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따라 집의 모습은 크게 변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토우를 제작한 이씨는 “흙과 불을 다루는 작업에는 묘한 중독성 같은 게 있다”며 “전통식 기와집과 현대식 창문이 있는 집에 지붕을 얹어 현대인들이 동경하는 아늑한 공간을 연출한다”고 덧붙였다.

집의 모형을 살려낸 다양한 무유도기는 비교적 단순하고, 색상이 독특하며 흙의 순수한 재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토속적인 느낌을 준다. 일부 분청기법을 응용한 작품도 있다. 땔감으로 사용하는 소나무 장작의 재가 날아와 붙어서 마치 유약처럼 번들거린다.

전시장 안팎에 배치된 작품들은 넝쿨과 수초, 개구리와 나비 등이 독특하게 어우러진 빛깔을 뿜어내며 운치를 더해준다. “전시장과 야외 공간에 집을 배치해 마을을 만들어 봤어요. 자연으로의 귀환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은유적으로 표현했죠. 어떤 메시지를 담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예요. 작품을 보면서 편안하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거죠.”

이씨는 “흙이 모여 이루어진 땅이라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는 출발점이자 끝점”이라며 “흙집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하나임을 일깨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장 지앤아트스페이스는 도예아카데미, 어린이도예교실 등 문화·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031)286-8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