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과 창의, 다 틀어막겠다는 중기업종 제도

산업발달 막고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나눠먹고 살자는 논리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업에서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작업이 시작됐다. 동반성장위원회가 4일 개최한 공청회에서 일부 토론자들은 슈퍼마켓 제빵 문구 도·소매업 등 34개 생계형 서비스업을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자고 주장했다. 전방위적인 사업영역 구획이 진행되고 있는 꼴이다. 중기 적합업종 제도가 왜 불합리한지는 우리가 본란을 통해 수없이 지적해온 바와 같다. 이 제도는 시장에 인위적으로 칸막이를 치자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근본원리에 배치될 뿐 아니라 산업발전에도 저해된다. 중기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국기업 좋은 일만 시킨다며 2006년 폐지된 중기 고유업종의 재판에 불과하다.

선거를 앞두고 판을 벌여 놓았으니 그 어떤 중소기업이라도 당장의 편리를 위해 대기업을 배제하자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여론이 있고 표만 되면 내일이야 어떻게 되건 일단 선거판에서 이기고 보자는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진짜 현실이 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더욱이 서비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은 난센스다. 서비스업은 끊임 없이 새로운 시장이 창조되고 매일같이 혁신이 발생하는 분야다. 이런 동태적 시장을 인위적으로 쪼개자는 건 산업의 발전 행로를 미리 차단하는 것과 같다. 중소기업 고유업종 시절, 총 237개 업종이 지정됐지만 서비스업은 단 2개에 불과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나마 2개의 서비스업도 해면양식업과 유창(배 기름 창고)청소업 등 특수 분야에 국한됐다.

그런데도 서비스업종 수십개를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슈퍼마켓 제빵업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대형 슈퍼는 이미 휴일과 심야영업 제한이 실시되고 있지만 아예 원천봉쇄하자는 것이다. 이런 폭력도 어리석음도 없다. 이럴 바엔 19세기 말로 산업을 되돌리는 것이 좋지 않겠나.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대부분이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지금 자행되는 온갖 형태의 대기업 규제가 바로 그렇다. 실로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