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피아 배병우 사장 "간편한 혈당측정기로 병원까지 공략"

소량의 피로 검사 가능
경쟁사보다 40% 저렴
美·유럽 등 110개국 수출
혈당측정기 업체 인포피아의 배병우 사장(50) 손가락에는 바늘에 찔린 자국이 수십 개 있다. 아침 저녁으로 혈당량을 측정하기 위해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기 때문이다. 기자를 보자마자 배 사장은 자신의 손가락에 침을 찔러 피 한 방울을 뽑은 뒤 진단용 스트립에 묻혔다. “하나, 둘, 셋, 85㎎/㎗이네요. 정상입니다.” 스트립을 기기에 꽂자 정확히 3초 만에 혈당 수치가 나왔다. 그는 존슨앤드존슨, 로슈, 애보트, 바이엘 등 세계 4대 혈당측정기 업체들의 측정시간(5초 이상)보다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필요한 혈액량도 0.3㎕(마이크로 리터,1㎕는 100만분의 1ℓ)로 다른 기기들(0.5㎕)보다 덜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배 사장은 “매일 두세 번씩 피를 뽑아 혈당량을 재야 하는 당뇨환자들에게 자가 혈당측정기 ‘엘리먼트’는 필수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부터 ‘이지에이원씨’(Easy A1c) 브랜드로 병원용 진단기기(B2B) 시장에 새로 진출한다”며 “수출 일변도 마케팅에서 내수와 균형을 맞추는 전략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포피아는 지난해 생산제품의 93%를 수출했다.현재 국내 혈당측정기 시장은 연 700억원 규모. 이 시장을 글로벌 기업인 로슈, 존슨앤드존슨, 애보트와 국내 업체 아이센스 등이 나눠 가진 형국이다. 인포피아는 10.7%를 점유하고 있다. 인포피아는 최근 신풍제약과 당화혈색소 측정기인 이지에이원씨 공동 판매를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맺었다. 당화혈색소는 적혈구 내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소와 혈액 속 포도당이 결합한 성분으로 이지에이원씨는 3개월 동안의 평균 당화혈색소 수치를 정밀 측정하는 병원용 혈당측정기다. 전문기기임에도 측정시간(5분)이 짧고 가격도 경쟁사보다 30~40% 저렴하다. 인포피아는 신풍제약의 영업력과 판매망을 활용해 판로를 뚫겠다는 계획이다.

인포피아가 내수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국내 당뇨병 환자 수가 연 평균 5%씩 늘어나면서 측정기 시장도 연 17.6%씩 성장, 2020년께 3000억원대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제어계측학과를 졸업한 배 사장은 1994년 중성자 제어장치를 만들다 초음파 진단기로 유명한 메디슨의 이민화 당시 사장의 도움으로 1996년 인포피아를 설립했다. 현재 자가 혈당측정기와 병원용 혈당측정기 외에도 휴대용 콜레스테롤 측정기 등을 생산, 미국 유럽 남미 등 11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30억원. 2004년(54억원) 이후 7년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배 사장은 자사 제품의 장점으로 간편함을 꼽았다. 인포피아는 2008년 세계 최초로 스트립을 꽂으면 자동으로 코드를 맞춰주는 ‘오토코딩’ 기술을 개발했다. 또 혈당 수치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보이스혈당기’도 판매 중이다.

그는 “9월 이후부터 혈액으로 간염, 지방간 등 간질환부터 암과 심근경색까지 진단하는 신제품을 줄줄이 내놓을 예정”이라며 “중장기적으론 감염성 질환 등으로 진단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