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 시도상선 회장 홍콩 예금 압류 못해" 국세청 패소

법원 "해외재산은 대상 아니다"
4000억원대 역외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권혁 시도상선 회장(62)의 우리은행 홍콩지점 예금을 환수하기 위해 국세청이 은행 본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6일 원고 국세청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485억여원(미화 3300만달러, 엔화 7억2900만엔)의 예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재판부는 “국세징수법상 압류 대상이 되는 재산은 대한민국 영토에 있는 것으로 한정해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예금채권의 소재지는 홍콩지역이므로 우리 정부의 국세체납 처분권이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우리은행 홍콩지점의 영업이 이뤄지는 곳이 홍콩이고, 거래 상대방이 주로 외국인인 만큼 어느 정도 본점과 분리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5월 홍콩에 등록된 시도상선 자회사인 시도카캐리어서비스(CCCS)가 세금 1300억원을 체납했다며 우리은행 홍콩지점에 있는 CCCS의 예금 계좌를 압류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홍콩 법원에 소송을 냈고 압류중지 결정을 받아냈다. 이후 권 회장이 계좌에 들어있던 485억여원을 전액 인출하자 국세청은 예금을 확보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우리은행에 책임이 있다며 대신 납부하라고 소송을 냈다. 이에 우리은행은 “국세청이 자금 추징에 실패한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