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왜 어렵나…알면서도 넘어가는 '달콤한 유혹'

서울 논현동에 사는 김혜란(34) 씨는 8년째 다이어트 중이다.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한 건 남자 친구 때문이었다. 5년간 연애했던 남자 친구에게 “너 살쪘다”는 말을 듣자 충격을 받고 당시 가장 뜨고 있다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연예인 윤모 씨가 시작해 성공했다는 관리 프로그램으로 1회 비용은 20만 원에 달했다. 두 달 정도 4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관리를 받았고 그 결과 7kg 감량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다시 두 달 만에 7kg이 늘어 원상태로 돌아왔다.

1년 후 김 씨는 다시 한 번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당시 새롭게 각광받는 또 다른 관리 프로그램이었다. 식사 양을 반으로 줄였고 20회 관리에 160만 원을 들여 7kg을 감량했다. 하지만 4개월 뒤 체중을 확인한 김 씨는 깜짝 놀랐다. 몸무게가 10kg이 늘어 이전보다 3kg이 더 찐 것이었다. 그 뒤로도 김 씨는 매년 새로운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한약 다이어트, 퍼스널 트레이닝(PT) 등 남들이 많이 한다는 것은 다 해봤고 ‘마녀수프 다이어트’, ‘덴마크 다이어트’, ‘효소 다이어트’ 등 트렌디한 다이어트 상품도 다 해봤다. 문제는 그때뿐이라는 것. 그는 “최상의 다이어트 방법이 있기는 하느냐”며 고민을 호소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다이어트를 시작해 5년 동안 감량한 체중을 유지한 사례는 전체의 5% 정도다. 그만큼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는 것 자체가 바늘구멍에 낙타 집어넣기처럼 어렵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한국인 비만율은 2008년 21.6%에서 2011년 23.3%로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할 때 단기간에 살을 빼려다 보니 특정 상품을 찾게 된다. 여기에 그럴듯한 문구가 소비자들을 부추긴다.‘혹’하는 문구에 ‘훅’가는 소비자들

비만 인구 증가와 함께 다이어트 시장은 불황에도 불황을 모른다. 성공률이 낮은 걸 알면서도 소비자들이 ‘상품’에 기대는 건 심리적 요인과 업체 마케팅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다. 다이어트를 할 때 ‘단기간’에 살을 빼려다 보니 특정 상품을 찾게 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요가 가장 많이 몰리는 기간은 5~6월이다. 노출의 계절, 여름을 대비하려는 사람들이 1~2개월 안에 감량이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또한 ‘쉽게’ 빼려는 심리에서 특별한 것을 선택한다. 편하게 먹기만 하면 빠지는 방법을 선호하다 보니 디톡스 다이어트, 효소 다이어트, 마녀수프 다이어트 등 매년 새로운 기법의 다이어트 상품을 찾는다. 많은 다이어트 상품이 쉽게 등장했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 그럴듯한 문구가 소비자들을 부추긴다. ‘1주일에 7kg 감량’, ‘군살 없는 명품 몸매’, ‘요요 없는 다이어트’, ‘○○가 선택한 다이어트’ 등이 많은 업체가 선택하는 홍보 문구다. 김 씨는 “연예인이 했다고 하니 나도 될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이어트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다이어트를 할 때 크게 두 차례의 어려움을 겪는다. 우선 빼는 것 자체가 힘들다. 눈에 띌 만큼 살이 빠진 사람들에게 ‘독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살을 빼는 게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누구나 다 공감해서다. 또 하나는 ‘유지’의 어려움이다. 이르면 1개월 안에, 늦으면 1년 안에 살 빼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요요현상이 찾아온다.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건강증진센터·비만센터 소장인 강재헌 교수는 “다이어트 상품을 선택한 이상 요요는 필연적 결과”라고 말한다. 대다수의 다이어트 방법이 굶어서 빼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유행하는 다이어트 상품은 대부분 절식 프로그램이다. 끝나면 식욕이 폭발하고 반면 기초대사량은 줄어들어 요요가 오지 않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몸에는 항상성이 있어서 다이어트를 하는 순간 이전 체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그래서 생명 유지를 위해 소비하는 에너지인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어 같은 양을 먹어도 더 찌는 구조로 흐른다는 것이다. 특히 ‘원푸드 다이어트’와 같이 영양 결핍이 있는 방법은 근육 양 감소로 기초대사량을 또 줄어들게 한다. 강 교수는 근육이 주는 건 ‘2000cc 차량이 1500cc 차량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다만 초기 다이어트가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건 에너지 소비를 거의 하지 않는 ‘체지방’이 빠지기 때문이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독하게 마음먹고 의지로 버틸 때 요요현상이 더 빨리 찾아오는 현상이다. ‘악’으로 참는 다이어트 이후에는 ‘왕성한 식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통·번역 전문가 이아영(29) 씨는 한약 다이어트만 세 차례 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다이어트할 때 밥 이외에 먹지 못하게 하니 끝나는 날 곧바로 케이크부터 먹게 되더라”고 회상한다. 대다수 다이어트 업체는 이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요요 고민으로 다시 찾은 고객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요요를 방지하려면 1년 이상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과연 요요 없는 다이어트는 가능할까. 먼저 다이어트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다이어트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조언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명심할 것은 ‘이 방법을 평생 할 수 있는지 판단하라’는 것이다. 경제·경영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지속 가능성’이 요구된다. 다이어트 방법을 선택할 때 ‘이 방법을 평생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없을 것인지’를 고민하면 답이 나온다. 평생 지속할 수 없는 다이어트라면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을 끊는 순간 언제든지 요요는 올 수 있다.

다이어트의 정석은 어찌 보면 뻔한 답이다. 덜 먹고 많이 움직이면 살은 빠진다. 다만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강 교수는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는 게 기본이다. 참았다가 폭식·과식하는 것보다 세 끼를 비슷한 양으로 먹으면 체지방으로 저장되는 양이 줄어든다”고 조언한다. 또 같은 양의 음식을 먹더라도 에너지 밀도(식품의 단위 부피당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을 유지하면서 살을 뺄 수 있다. 예를 들어 300kcal의 크림빵보다 100kcal의 귤을 세 개 더 먹는 식이다. 같은 칼로리라고 하더라도 에너지 밀도가 낮은 쪽을 선택하면 포만감이 더 오래 유지된다. 또 단백질을 양껏 먹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할 때는 여건·취향·체력 등을 고려해 적합한 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몸짱 의사의 성형 다이어트’의 저자 박상준 씨는 “다이어트의 핵심은 근육량 손실을 최소화하고 체지방만 선택적으로 줄여 대사량의 감소를 최소화하는 것인데, 이때 필수적인 것이 바로 근력 운동과 같은 무산소운동이다. 유산소운동이 운동 중 사용하는 칼로리에 초점을 맞춘다면 무산소운동은 운동이 끝나고 난 뒤에도 체지방을 줄여주는 효과를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결국 ‘운동과 식단 조절’을 지속적으로 하라는 결론이다. 고무줄처럼 몸무게를 줄였다 늘였다 하는 게 아닌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 습관으로의 변화를 촉구하는 평생 다이어트 개념이다. 또 이것이 바로 다이어트 산업이 망하지 않는 이유다. 다이어트 세계에서 진정한 의미의 ‘속성반’이 없기 때문에 일종의 ‘벼락치기’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이런 심리가 전 방위적으로 퍼져가고 있다. 급한 마음에 알면서도 넘어가는 것이다. 김혜란 씨는 이번 여름 ‘밥 먹으면서 살을 뺀다’는 한 업체의 홍보 문구를 보고 다시 한 번 다이어트에 몰입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