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카드 혜택 줄일 때는 '조용'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신용카드회사의 이중성에 분통이 터집니다. 특별 할인행사기간이다, 5000원짜리 무료쿠폰을 주겠다며 카드를 써달라고 할 때는 전화를 수십 통씩 걸며 귀찮게 하더니 부가 서비스를 줄일 때는 이메일 한 통 달랑 보내고 말았네요.”

직장인 강모씨는 카드를 쓸 때 적립해주겠다던 포인트가 예상보다 훨씬 적게 쌓여 카드사에 전화를 걸었다가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지난해 12월 무이자 할부에 대해서는 포인트를 적립해주지 않겠다고 이미 고지했다는 것이다. 확인해보니 무심코 흘려버린 과거 이메일 속에 부가 서비스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메일에는 포인트 적립 대상 제한뿐만 아니라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한 기준이 전월 사용실적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는 것까지 포함돼 있었다. 강씨는 “부가 서비스 축소 사실을 알릴 때 카드 사용을 권유하는 노력의 절반만 기울였더라도 지금처럼 억울한 느낌은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강씨와 같은 불만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일부 대형 가맹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떨어지면서 카드업계의 수익감소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로 연간 8700여억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며 대대적인 부가 서비스 축소를 진행 중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가 서비스 축소에 대한 카드사들의 고지 의무는 변함이 없다. 부가 서비스를 줄일 때는 6개월 전에 홈페이지에 공지하거나 이메일 혹은 카드명세서 고지 가운데 두 가지 이상으로 알리면 된다.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인다는 사실을 적극 알리지 않으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부가 서비스를 줄였다고 알리면 알릴수록 매출이 감소할 게 뻔하니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만 고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조차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곤란하다. 금융 당국은 부가 서비스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부가 서비스 축소에 대한 고지 방식도 회원에게 미흡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다 할 조치가 없다. 이는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감독방향에 어긋나는 행태다. 회원들의 권익 침해가 뻔히 보이는데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