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68만명, 소득 40% 이상 빚 갚는데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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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줄어 상환 능력 떨어져 가계부채 '뇌관'
LG경제硏 "금융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수도"
금융감독당국이 가계 부채의 최대 뇌관으로 꼽는 게 자영업자다. 영업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소득 대비 부채 규모가 많아 빚을 제때 상환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9일 한국경제신문이 시중은행과 신용정보업체 금융연구원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국내 자영업자(개인사업자·SOHO) 474만명 중 소득 대비 대출원리금 상환액 비중(채무상환비율·DSR)이 40%를 넘는 ‘고위험군’은 무려 68만명(14.4%)에 달했다. 특히 지난 5월 말 기준 2금융권 대출을 2곳 이상에서 받고 있고, 동시에 카드 현금서비스도 2건 이상 이용한 ‘초고위험군’도 22만명(4.6%)에 달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내수 경기 부진과 경쟁 심화로 인해 자영업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자영업 대출 부실이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당·슈퍼마켓·여관 등 ‘빨간불’
이미 연체는 시작됐다. 지난 5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17%로 작년 말 0.8%에 비해 0.37%포인트 급등했다.특히 위험한 업종으로는 식당·슈퍼마켓·여관 등이 꼽히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업종별 기업대출 연체율에 따르면 식당 등 음식·숙박업종의 연체율은 작년 말 0.84%에서 5월 말 1.56%로 0.72%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도·소매업종 연체율은 0.98%에서 1.35%로, 부동산·임대업은 1.68%에서 2.41%로 높아졌다.
이들은 대개 영세한 개인사업자들이다. 음식점과 주점의 개인사업자 비중은 98.5%, 숙박업은 97.0%, 소매업은 94.4%(통계청 조사)에 이른다. 평균 한 달에 141만원, 1년에 1700만원 정도 순익이 나는데 전체의 25%는 순익은 고사하고 적자(중소기업청 조사)를 보고 있다. 적자를 보면서도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으니 당장 폐업하지는 못하고 빚을 얻어 버티는 자영업자가 적지 않다.
◆320조원 자영업자 부채 부실화 우려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1·2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약 320조원으로 추정된다. 가계신용으로 분류되는 부채가 140조~170조원,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는 부채가 150조~180조원 등이다. ‘1000조원 가계부채의 3분의 1’에 이른다.
은행은 자영업자 연체율 증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담보를 처분하면 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돈을 떼일 가능성이 더 높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2011)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159.2%)이 임금근로자(83.4%)보다 2배 정도 높다.
◆자영업 환경 갈수록 악화LG경제연구원은 ‘저부가가치에 몰리는 창업, 자영업 경기 더 악화시킨다’는 보고서에서 최근 자영업자 증가는 1인당 부가가치가 낮고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월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만명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업이 전년 동기보다 5만5000명 증가했다. 이는 2002~2010년 연평균 1만6000명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증가세다. 도소매업도 2002~2010년 연평균 4만6000명 줄었으나 올 1~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5만3000명 증가했다. 건설업도 4만4000명 늘었으며 운수업(2만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9000명) 순으로 증가했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자영업 대출 부실화 등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며 “자영업 부채가 금융시스템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채무상환비율(DSR) 경제주체가 벌어들인 소득 중 빚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들어가는 돈의 비율. 예컨대 100만원을 벌어들이는 사람이 40만원을 빚 갚는 데 쓴다면 DSR은 40%다.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연체 가능성이 커진다.
이상은/서정환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