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도 침체…낙찰가 떨어져 채권·채무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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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경매 회수금 쥐꼬리"법원 경매시장도 불황의 깊은 후유증에 빠져들고 있다. 낙찰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금융회사 등 채권자들이 채무자 아파트를 경매에 넣고도 회수하지 못하는 돈이 급증하고 있다. 채무자도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갔지만 ‘빚쟁이’ 딱지를 떼지 못해 신용 회복이 어렵다. 은행 등 채권자는 회수하지 못한 손실이 쌓이면서 부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채무자 "집 잃고도 빚더미 여전"
상반기 미회수채권 2126억
부동산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지지옥션은 수도권 아파트를 담보로 잡은 채권자들이 법원 경매를 통해 회수하지 못한 채권 금액이 지난달 623억7000만원으로 18개월 내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작년 6월 293억2000만원이었던 미회수금액은 1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올 상반기 미회수금액은 2126억2000만원으로 이미 작년 상반기 1736억8000만원을 넘어섰다.아파트를 팔아도 못 갚는 빚이 대폭 늘어난 것은 최근 수년간 수도권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7월 현재 9억4535만원으로 올 들어서만 10.6% 떨어졌다. 강남3구에 양천구와 경기 분당·평촌·용인을 더한 ‘버블세븐’ 아파트 매매가는 작년 말 7억7087만원에서 6억7151만원으로 12.9% 빠져 하락폭이 더욱 컸다. 경매에 내몰리는 집이 늘어났지만 그마저 헐값에 팔려 미회수금액은 오히려 증가하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채무자들은 집을 날리고도 ‘신용불량자 딱지’를 떼기 어려워지고 있다. A씨는 2008년 5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탑마을 대우아파트’ 전용면적 164㎡형을 담보로 한 저축은행에서 10억7500만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이 아파트 시세 11억9500만원(KB국민은행 기준)의 90% 수준이다. 대출 이자조차 내기 힘들어진 A씨는 카드로 생활비를 쓰다가 카드값 2000여만원을 못 갚아 아파트를 강제경매당하는 처지가 됐다. 해당 아파트는 작년 12월 6억500만원에 팔린 뒤 거래가 끊겼다. 경매에서 낙찰되더라도 빚은 절반 이상 고스란히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에 높은 감정가를 받았던 아파트가 빚도 못 건질 ‘깡통 아파트’로 전락했다”며 “채무자와 채권자가 모두 손해를 보는 ‘루즈-루즈’ 국면”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