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脈 찾아 '해저 3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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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등 탐사장비 발달
귀금속값 급등세…韓·中·日 등 각축전
톰 데트와일러는 바다 깊은 곳에서 생계를 꾸리는 사람이다. 과거에는 침몰한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와 잠수함을 찾아주는 일로 돈을 벌었다. 몇 년 전부터는 ‘사업모델’을 바꿨다. 지금은 심해에서 금, 은, 구리, 코발트, 납, 아연 등 금속을 찾고 있다. ‘오디세이해저탐사’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그는 “귀금속 가격이 오르고 있어 우리가 확보한 광구의 가치가 현재 수십억달러에서 향후 수천억달러로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들이 심해에서 새로운 ‘골드러시’에 나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해양지질학 등 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데다 귀금속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탐사 수익이 비용을 충분히 상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기술 개발을 통해 더 깊은 곳에서 기름을 끌어올리는 것처럼 심해 광물 탐사의 채산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이른바 ‘심해 골드러시’는 해양 지질학이 발달하면서 시작됐다. 과거 과학자들은 해저에 묻힌 감자 크기의 작은 돌에서 아연, 니켈 등의 물질을 채굴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비용을 상쇄할 만큼 수익이 나지 않아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1979년 소위 ‘검은 연기’라고 불리는 ‘열수광산’이 발견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마그마에서 가열된 뜨거운 물(열수)이 온천처럼 솟아나는 과정에서 금속이온이 차가운 물에 닿으면서 다량의 금속을 함유한 광산이 형성된다는 것을 발견한 것. 특히 땅에서 채굴하는 상업용 광석에 비해 심해 열수광산 광석의 광물 함유량이 20배가량 많아 채굴만 하면 수익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 원유 시추 기술이 발달한 것도 심해 골드러시에 영향을 끼쳤다. 로봇, 센서 등 원유 시추에 이용되는 장비들이 심해에 묻힌 광물을 찾아내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인 도구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15년 전 파푸아뉴기니에서 첫 탐사광구를 확보한 캐나다의 ‘노틸러스미네랄스’는 로봇을 사용, 심해에서 광물을 채굴한 후 바지선을 통해 인근 항구로 나르고 있다.해저 탐사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세계에서 귀금속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국이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탐사에 나선 중국은 최근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서 유인 과학탐사정 자오룽호로 해저 7015m 지점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해양광물자원국의 진장카이 국장은 “해양 탐사는 중국의 늘어나는 광물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작년 말 남서태평양 피지에서 3000㎢ 규모에 달하는 단독 심해 탐사광구를 확보하고 지난 4월 탐사를 시작했다.
해저 골드러시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환경 문제다. 환경보호 시민단체들은 최근 ‘심해로부터’라는 제목의 공동 보고서를 통해 “열수광산에는 수백 종류의 바다 생물이 살고 있다”며 “심해 탐사가 더 이상 본격화되기 전에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미 환경 영향 연구를 진행해왔다”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