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株, 2분기 의외의 '선전'…"투자는 선별적으로"

정부 규제에 고전하던 제약주들이 지난 2분기에 의외로 선전했다는 분석이 속속 제기되면서 향후 주가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분기에 대대적으로 유통 재고 정리에 나선 덕분에 신제품 출고량이 늘어나면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호전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시전문가들은 제약주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전망치에 대체로 부합하고 하반기부터는 수익성 개선과 함께 정부의 정책 지원이 기대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전년 동기를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고 최근 실적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해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초 제약주들은 지난 4월에 단행된 정부의 일괄 약가 인하 조치로 2분기 수익이 전분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우려돼 왔다. 그러나 정부 규제를 앞두고 제약사들이 1분기에 유통 재고 정리에 나서 2분기에는 유통 재고 확충에 따라 외형이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평가다.

FN가이드에 따르면 제약업종 상위 7개 기업들은 대웅제약을 제외하고 모두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통 재고 확충 효과가 큰 일동제약과 내수 시장 점유율이 회복되고 있는 한미약품의 매출액이 특히 전분기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약가 인하 영향이 미미한 녹십자, 도입 품목과 박카스 매출이 증가한 동아제약도 상대적으로 매출액이 양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제약업계를 옥죄왔던 정부 정책이 올 하반기부터 산업 육성으로 변화된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지난달 15일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43곳을 선정한 바 있다. 혁신형 제약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지원, 부담금 면제, 약가 우대 등의 혜택이 지원될 예정이다. 신정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지원안이 아직 나오지 않아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업체들에게 미칠 실질적 영향을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정부 정책방향이 '규제'보다는 '지원'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4월 기준 건강보험 재정 누적 수지는 2조1000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2~3년간 일괄 약가 인하와 같은 과도한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동안의 정부 규제로 인해 제약사들의 이익 규모가 급감했고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와 비약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체별로 연구개발(R&D)비, 판매관리비, 원료 매입 조건 변경 등으로 이익이 조정될 수 있어 종목별 실적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볼 때 사업구조가 안정적이고 R&D와 수출 확대 기대감이 크다며 녹십자, 동아제약을 최선호주로 꼽았다.배 연구원은 "부진한 상반기 실적을 뒤로 하고 제약주들은 하반기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주가가 상승해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신약 출시로 실적 개선이 뚜렷할 LG생명과학,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종근당은 선호 종목"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