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베이션으로 확 달라지는 안양베네스트GC…"307동 아파트 보고 치세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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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홀 티샷 각도 조정…클럽하우스 신축·4개홀 개조국내 최고 명문 골프장인 삼성에버랜드 소속의 안양베네스트GC(18홀·이하 안양)가 6개월째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고 있다. 내년 4월 재개장을 목표로 ‘몸단장’에 한창인 안양이 무엇을 고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까.
그린 '서브에어 시스템' 설치
연회비 고수…전동카트 '사절'
○최소비용으로 클럽하우스 신축 클럽하우스는 허물고 완전히 새로 짓는다. 그러나 화려하게 짓지는 않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안양의 품격과 전통을 해치지 않고 이용객들의 편의성을 중시하면서 이전에 불편하거나 아쉬웠던 부분을 개선하는 수준으로 건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도 외국 업체가 아니라 국내의 간삼건축에 맡겼다.
클럽하우스 공사 비용은 3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최근 신흥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비용이 700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그린 업그레이드하고 4개홀 고쳐코스에서 가장 큰 변화를 주는 곳은 그린이다. 그린 아래에 한여름에는 뙤약볕을 식혀주고 비가 온 뒤에는 신속히 마르게 할 수 있는 ‘서브에어 시스템’을 깐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GC가 이 시스템을 설치했고, 국내에서는 해슬리나인브릿지 등이 설치했다.
특히 그늘집 옆에 있는 5번홀 페어웨이에 크리크(개울)를 만들어 티샷할 때 ‘307동 아파트’로 시선이 쏠리지 않도록 조정한다. 18번홀은 기억에 남아 다시 오고 싶은 골프장이 될 수 있도록 고칠 방침이다. 1번홀은 너무 어려워 조금 쉽게 수정할 계획이고 16번홀은 전략적인 요소를 가미한다는 구상이다.
○일반회원권 분양은 고려 안해연회비를 받던 골프장 운영방식은 재개장 후에도 그대로 고수할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회원권을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면 부담을 덜 수 있어 좋긴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분양 계획이 없다. 설사 분양한다고 해도 법인 회원권만 팔 가능성이 높다. 삼성 사장단만 100명이라 일반 분양은 거의 없을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안양의 회원 수는 비공개지만 12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연회비 4500만원을 냈다.
전동 카트도 도입하지 않는다. 걸으면서 골프를 치는 전통을 안양의 ‘트레이드 마크’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오너들의 관심 높아이건희 삼성 회장은 아직도 안양베네스트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골프장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안양의 페어웨이 잔디인 ‘중지(中芝)’는 고(故)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 부자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안양은 초반 한국산 금잔디를 심었으나 성장에 문제가 있자 잔디연구소를 만들어 중지를 개발해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이 이 과정을 진두지휘해 ‘그린 박사’로 통했다.
리노베이션 작업은 이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의 조언을 수시로 들으며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조경은 크게 손보지 않는다. 기존의 연꽃, 메타세콰이어, 크고 작은 소나무, 벚꽃 등이 군락별로 잘 배치돼 있어 고칠 필요가 없다는 것. 안양의 나무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은 명품급이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우정힐스골프장을 만들면서 “지금은 어디에서도 안양골프장 같은 나무를 구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을 정도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