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41개월 만에 전격 인하…성장엔진 '급랭', 한은도 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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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위기로 글로벌 침체…중국도 8% 성장 힘들 듯
통화정책 경기방어에 초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향후 경기 급랭에 대한 우려가 가계부채 증가와 물가 상승 부담에도 12개월 연속 동결 행진을 거듭해 온 기준금리를 끌어내린 것이다.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25%에서 연 3.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고 발표했다. 금리 인하는 2009년 2월19일(연 2.50%→2.00%)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이날 금리 인하는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잣대가 ‘물가’에서 ‘경기’로 전면 전환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만 해도 “금리 인하는 논의 자체도 없었다”며 오히려 금리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었다.

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출과 내수 증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경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다”고 말했다. 유로존 위기가 높아지고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국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를 훨씬 밑돌 것이란 진단이다.

13일 나오는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 중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이 잇따르면서 고속성장을 상징해온 ‘바오바’(保八·8% 이상 경제성장률)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한국경제에 부담이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가 경착륙 국면에 들어갈 경우 우리나라도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보고 있지만 상당수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미 2%대로 내린 상태다. 한은도 13일 기존 전망(3.5%)보다 낮은 성장률 전망 수정치를 내놓는다.

김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가 물가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공공요금 인상 압력 등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물가는 목표의 중심선(3%) 아래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도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감안할 때 그다지 우려스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이어 “이번 인하는 선제적인 통화정책”이라며 “추가적인 인하 여력이 있는가는 여러분의 판단에 달렸다”고 말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채권시장도 추가 인하에 ‘베팅’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연 2.97%로 마감,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졌다. 오석태 한국SC은행 상무는 “지난 10년간 통화정책을 살펴보면 한 번 방향을 틀면 상당 기간 지속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금리 인하는 기조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