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에게 길을 묻다]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지혜ㆍ근면ㆍ고요 갖춰야

贈言 통한 다산의 맞춤 교육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혜(慧)와 근(勤)과 적(寂) 세 가지를 갖추어야만 성취함이 있다. 지혜롭지 않으면 굳센 것을 뚫지 못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힘을 쌓을 수가 없다. 고요하지 않으면 오로지 정밀하게 하지 못한다. 이 세 가지가 학문을 하는 요체다.’

공부의 세 가지 요건으로 지혜, 근면, 고요를 꼽은 이 ‘증언(贈言)’은 다산 정약용이 초의(草衣)에게 써준 것이다. 증언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당부와 훈계의 내용을 적어주는 글이다. 정민 한양대 교수는 “증언을 통한 가르침은 맞춤형 교육의 한 전형”이라며 “다산은 제자에게 꼭 맞는 증언을 내려 경책(警策)으로 삼게 하는 방식을 애호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최근 다산학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다산이 승려에게 준 증언첩과 교학방식’을 통해 다산의 맞춤형 교육방식을 조명했다. 정 교수는 “다산은 우언과 게송, 청언과 선문답 등 다양한 형식의 증언을 통해 제자들의 학습 동기를 유발했다”고 강조했다. 다산은 제자가 놓인 환경이나 심리 등을 살펴 꼭 맞는 처방을 내렸다. 신혼의 단꿈에 빠진 황상에게는 각방을 쓰라고 했고, 늦둥이로 태어나 체구가 작았던 윤종진에게는 몸집이 작고 못생겼지만 큰일을 해낸 선인들의 예를 들어 격려했다. 게으름을 피우던 초의에게도 따끔하게 충고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제자들로서는 스승의 친필에 감격해 그 말씀을 평생 삶의 지표로 새겼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