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우산의 눈부신 변신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우산의 진화는 눈부시다. 16세기까지만 해도 그것은 종교 혹은 정치 지도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장품이었다. 17세기에는 지체 높은 사람들의 야외활동 때 뜨거운 햇빛을 차단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됐다. 간편하게 누구나 들고 다닐 수 있는 우산이 보급된 것은 18세기 말. 이때부터 우산은 햇빛 차단용으로 뿐만 아니라 비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애용됐다.

19세기 회화에 등장하는 우산을 든 신사와 숙녀는 우산이 단순한 실용적 물품이 아니라 액세서리로 바뀌어간 세태를 보여준다. 20세기 초에는 여인들의 치한 퇴치 수단으로 이용됐다. 1978년에는 옛 소련의 반체제 작가인 게오르기 마르코프가 우산을 통해 주입된 독극물에 살해돼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다. 우산은 정치사회적 환경에 따라 끝없이 변신을 거듭했음을 알 수 있다. 비오는 날의 낭만적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는 아주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