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주 한라공조 회장 "비스티온 공개매수 반대"

이사회 불참…사실상 반대 표명
"상장폐지하면 대주주만 이득"

이사회는 '찬성'…노조는 '반대'
국민연금 매수 불응 땐 '무산'
▷ 마켓인사이트 7월12일 오후 2시20분 보도

신영주 한라공조 회장 겸 이사회 의장(사진)이 비스티온의 공개매수를 지지하기 위한 한라공조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이 불참한 것은 공개매수에 반대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공조 노조도 공개매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공개매수를 둘러싼 논란이 심화될 전망이다. ○공개매수 반대한 ‘한라공조 산증인’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라공조 이사회는 전날 화상회의를 열고 비스티온코리아홀딩스의 한라공조 주식 공개매수를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이 자리에는 8명의 이사 중 6명만 참석했다. 신 회장과 데이비드 엠로덴 사외이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한라공조 고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최대주주의 공개매수 방침에 반대하는 취지로 이사회에 불참했다”며 “이사회의 과반을 비스티온 측에서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져봤자 효력이 없어 아예 이사회에 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신 회장은 만도기계 출신으로 한라공조 대표이사직만 18년을 지낸 ‘한라공조 산증인’으로 통한다. 신 회장은 최대주주의 공개매수가 성공해 상장 폐지되면 상당 수익이 회사에 남지 않고 대주주 쪽으로 전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비스티온이 이번 공개매수 비용 9150억원을 전액 차입한 상태라 이를 한라공조가 갚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서도 한라공조 내부에서 부정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한라공조 노조는 이 같은 이유로 지난 11일 대전에서 공개매수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사회는 “공개매수 지지”

신 회장의 불참으로 이날 이사회 의장은 박용환 대표이사 사장이 맡았다. 이사회에 참석한 박 사장과 비스티온 측 비상근 이사 4명, 백만기 사외이사 등 6명은 전원 ‘공개매수에 대한 의견표명서’ 안건에 대해 찬성했다. 신 회장과 함께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데이비드 엠로덴 사외이사는 미국 피프스서드은행에 근무하며 오랜 기간 한라공조의 사외이사직을 맡아왔다.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 1명이 불참했지만 이사회 의결 요건인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충족하며 공개매수 지지안건이 확정됐다. 한라공조 이사회는 공개매수 찬성 이유에 대해 “글로벌 관점에서 마케팅 전략과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국내 5000만달러 투자계획을 포함해 최대주주의 투자 의욕이 고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주목되는 국민연금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스티온이 한라공조를 100% 자회사로 두고 한국을 글로벌 연구·개발 허브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신뢰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한라공조를 이끌어온 경영자의 공개매수 반대는 투자자들의 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한라공조 지분 69.99%를 보유한 비스티온은 지난 5일 한라공조 지분을 공개매수해 상장폐지할 계획을 밝혔다. 매수기간은 5일에서 24일까지 20일간이다. 매수가격은 주당 2만8500원으로 3개월 평균가격에서 30%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한라공조 공개매수 성공 여부는 국민연금에 달려 있다. 비스티온이 확보하려는 한라공조 지분은 상장폐지 요건인 95% 이상이다. 비스티온이 보유한 7472만주(69.99%)를 제외하고, 공개매수 신청물량이 2670만2000주(25.01%)를 넘지 않으면 공개매수는 성사되지 않는다. 지분 8.1%를 보유 중인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으면 비스티온은 지분 95%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수정/최진석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