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슈 '경제민주화'] 박근혜 "민주, 재벌 해체 하자는데…그렇게 막 나가선 안돼"

편집인협회 토론회서 밝힌 '경제민주화'

법 질서 넘는 대기업 횡포는 철저히 차단
김종인·이한구 방법론 이견…근본 차이 없어

“경제민주화는 경제력 남용, 이 부분을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치 못한 거래, 시장지배력 남용, 대주주의 사익 추구 등은 철저하게 바로잡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가 최근 정치권에서 뜨거운 논란이 된 ‘경제민주화’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16일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다.박 후보가 밝힌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없애는 것’이다. 대기업(재벌)의 실체는 인정하되 법과 시장질서를 벗어난 부당한 횡포를 강력히 제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다른 각도다. 이에 따라 박 후보의 대선 공약 등도 과격한 재벌개혁보다는 대기업의 부당한 파워 남용을 줄이는 정책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재벌해체, 대기업 때리기는 안돼

박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생각을 밝혀 달라는 주문에 “재벌해체, (대기업) 때리기는 안된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장점, 일자리 창출, 해외시장 진출, 성장동력 등의 긍정적인 면은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그러나 시장지배력 남용은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법이 있었지만 실천을 안 했다”며 “말로 100번 하는 것보다 공정거래법을 확실하게 지키고 철저하게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 주체들이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공정한 기회 속에서 조화롭게 같이 성장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당의 경제민주화와 관련, 박 후보는 “민주당은 경제력 남용보다는 (경제력) 집중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소유지배구조를 바꾸고, 출자총액제를 도입하려 한다”며 “그러나 이런 정책은 실효성에 확신도 안 서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민주당 주장은 재벌해체로 가자는 건데, 그런 식으로 막 나가는 건 우리 경제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종인 이한구 근본적 차이 없어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놓고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논란을 벌인 데 대해선 “김 위원장이 재벌을 때려 해체해야 한다는 입장이 아니고, 이 원내대표도 재벌을 감싸야 한다는 입장이 절대 아니다”며 “두 분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는데 실천 방식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년 전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기)’ 공약과 현재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큰 틀에서 맥을 같이한다”며 “법인세는 가능한 한 낮춰야 한다. 다른 세금과 달리 결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나라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소개했다.

이 원내대표는 “민생 제일주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선 대기업 집단의 책임이 가장 무겁고, 대기업 총수들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며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증여와 같은 범법 행위는 가차없이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 등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 등 엄격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며 “골목상권 등 소상공인 영역의 무차별적 잠식,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 탐욕에 의한 횡포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제도개선에 대해서도 “소액주주, 하청업체, 소비자, 비정규직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대기업의 부당·위법행위를 정부가 일상적으로 개입해 해결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나 집단소송제도 등과 같이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