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 회장, 단골집서 대리들과 난상 토론

[CEO 투데이]

"회장님 밥 사주세요"
사보 제안 받아들여 대리·주임 30명 초청

“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흐름이라는 게 있는데, 지금 우리의 흐름대로라면 잘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이달 초 주임, 대리급 젊은 직원 30여명을 단골 식당에 초대해 경영 현안과 회사 비전을 놓고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500호 사보(6월호) 발간 기념 인터뷰 때 ‘회장님, 밥 사주세요’라는 코너를 만들자는 제안에 대한 화답이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출근길에 ‘어떻게 하면 재밌게 밥을 먹을까’만 고민했다. 우리가 오늘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로 이 회장은 첫 만남의 긴장과 어색함을 풀어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코오롱글로벌 BMW 강남지점 직원은 “코오롱이 처음 BMW 딜러 사업을 시작한 1987년 첫해에 단 11대를 팔았는데 올해는 1만대를 파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사업 초창기 수입차 시장이 어려웠어도 BMW에 대한 의지가 컸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오늘의 BMW가 절대 내일의 BMW가 되지 않는 만큼 앞으로 다가올 내리막길도 굳은 의지로 오르막길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웃도어업체 코오롱스포츠 디자인실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엘로드의 미래’에 대해 질문했다. 이 회장은 “엘로드는 골프웨어라 디자인뿐 아니라 기능성으로 접근하고 역발상을 통해 존재를 알려야 한다”며 “좀 과장하자면 골프는 내가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못 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니 패턴(무늬)이 복잡한 골프웨어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방의 집중을 방해하는 겁니다. 상대방의 눈이 어지럽게요. 경기 자체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골프웨어에 대한 규정은 없으니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닐까요.” 이 회장의 엉뚱한 발상에 직원들은 박장대소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이어 소비자를 배려한 ‘우리만의 특별함’이 있어야 현재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차별화를 주문했다. 그는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가 ‘래코드(Re;code)’ 제품인데 FnC 부문에서 3년 이상 된 재고를 해체해 완전히 다른 옷으로 만들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상품”이라며 “다른 회사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우리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개발해 시장을 선도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내 역할은 제시어를 던지는 것이고 그것을 풀어가는 건 여러분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철 지난 의류를 새롭게 디자인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리버스(rebirth)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필름 사업에 대해서는 “항상 사랑하지만 때때로 화도 나게 하는, 자식 같은 존재”라며 애정을 보였고 코오롱글로텍 등 그룹 내 자동차 관련 사업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사내 네트워킹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도 계속 회사를 다니고 싶다”는 한 여직원의 바람에 이 회장은 “그룹의 반은 여성 인력으로 채워져야 하고 다양성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격려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