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금융당국 '영영다툼'에 시장 혼란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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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부처간 협조로 시장혼란 막아야”
권혁세 “금융권 전체 매도 안돼”공정거래위원회가 CD금리 담합 조사를 위해 9개 은행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간 지난 18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일본 홋카이도에 있었다.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당국 수장 회의에 참석한 뒤였다. 보고를 받은 권 원장은 “유감을 표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협의도 없이 국내 금융시장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조사를 시작한데 대해 불쾌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의도적으로 전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김 위원장은 대신 “기본적으로 메시지 관리가 돼야 한다. 시장에 혼란을 주면 안된다. 담합 의혹이 있다면 부처 간 협조를 통해 체계적으로 스케줄을 갖고 움직여야 하는데, 독단적으로 나가면 중구난방이 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의 전격적인 증권·은행사에 대한 조사로 시장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공정위나, CD금리의 문제점을 파악했으면서도 대안을 내놓지 못한 금융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우선 한국의 금융질서와 신뢰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공정위가 너무 성급하게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MB정부에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곳이 공정위”라며 “만약 우리가 담합을 했다면 은행장들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고, 반대로 무리한 조사였다면 김동수 위원장이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모를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CD금리에 연동된 대출 규모는 324조원으로 총 대출의 30%에 달한다. 담합이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면 수많은 대출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설 수 있다. 권혁세 원장이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귀띔이라도 해주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금융당국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 시중은행과 한국은행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CD금리를 대체할 금리를 찾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지만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이 왜 나서느냐”며 제동을 걸었고, 논의는 중단됐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결국 금융당국이 자초했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공정위의 CD금리 담합 조사의 배경엔 기본적으로 금융당국과의 영역 다툼이 존재한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만들어 금감원 내에 준 독립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기로 하자 한국소비자원을 산하기관으로 둔 공정위가 발끈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금융소비자연맹에 의뢰해 변액보험 공시이율을 조사해 발표한 것이나, 소비자들의 은행 근저당권 관련 소송을 지원한 것도 금융영역으로 자신들의 권한 행사를 확대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해야 할 정부 부처들이 서로 영역다툼을 벌이는 사이에 오히려 시장엔 혼란과 갈등만 커져가고 있다”며 “이 정부엔 컨트롤타워가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권혁세 “금융권 전체 매도 안돼”공정거래위원회가 CD금리 담합 조사를 위해 9개 은행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간 지난 18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일본 홋카이도에 있었다.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당국 수장 회의에 참석한 뒤였다. 보고를 받은 권 원장은 “유감을 표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협의도 없이 국내 금융시장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조사를 시작한데 대해 불쾌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의도적으로 전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김 위원장은 대신 “기본적으로 메시지 관리가 돼야 한다. 시장에 혼란을 주면 안된다. 담합 의혹이 있다면 부처 간 협조를 통해 체계적으로 스케줄을 갖고 움직여야 하는데, 독단적으로 나가면 중구난방이 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의 전격적인 증권·은행사에 대한 조사로 시장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공정위나, CD금리의 문제점을 파악했으면서도 대안을 내놓지 못한 금융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우선 한국의 금융질서와 신뢰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공정위가 너무 성급하게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MB정부에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곳이 공정위”라며 “만약 우리가 담합을 했다면 은행장들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고, 반대로 무리한 조사였다면 김동수 위원장이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모를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CD금리에 연동된 대출 규모는 324조원으로 총 대출의 30%에 달한다. 담합이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면 수많은 대출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설 수 있다. 권혁세 원장이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귀띔이라도 해주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금융당국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 시중은행과 한국은행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CD금리를 대체할 금리를 찾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지만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이 왜 나서느냐”며 제동을 걸었고, 논의는 중단됐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결국 금융당국이 자초했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공정위의 CD금리 담합 조사의 배경엔 기본적으로 금융당국과의 영역 다툼이 존재한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만들어 금감원 내에 준 독립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기로 하자 한국소비자원을 산하기관으로 둔 공정위가 발끈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금융소비자연맹에 의뢰해 변액보험 공시이율을 조사해 발표한 것이나, 소비자들의 은행 근저당권 관련 소송을 지원한 것도 금융영역으로 자신들의 권한 행사를 확대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해야 할 정부 부처들이 서로 영역다툼을 벌이는 사이에 오히려 시장엔 혼란과 갈등만 커져가고 있다”며 “이 정부엔 컨트롤타워가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