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는 안된다"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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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통신망에 글 올려…대법원장·법무장관까지 겨냥현직 판사가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57·사법연수원 15기, 전 인천지검장·사진)에 대한 임명제청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통령에게 부적격 후보자를 임명제청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사실상 책임을 물은 것이다. 현직 판사가 대법관 후보자의 거취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에서는 김 후보자를 추천한 권재진 법무장관의 책임론도 불거지는 등 대법관 인사시스템을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 인사제도 개편 목소리
◆양승태 대법원장, 권재진 장관 책임론24일 법원에 따르면 송승용 수원지법 판사(38·29기)는 전날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대법원이 김 후보자의 임명제청을 철회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송 판사는 게시글에서 “사법부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결격사유만으로도 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신,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법관 및 법원구성원의 자긍심에 엄청난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 판사는 “일선 판사 한 명의 재임용에 대해 유독 엄격한 잣대와 기준을 들이대던 대법원이…”라며 ‘가카빅엿’ 서기호 전 판사(현 통합진보당 의원) 사태에 빗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원 직원들은 20여명이 댓글을 달아 공감을 표시했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김 후보자가 현명하게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때문에 나머지 3명 후보자까지 국회 임명동의가 늦어지면서 대법원이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만큼 자진사퇴해줬으면 한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자를 추천한 ‘친정’ 검찰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타깃은 인사권자인 권 장관을 겨냥했다. 권 장관이 경북고 후배인 김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추천하는 바람에 대법관 후보자 중 ‘검찰몫’까지 날아갈 처지라는 주장이다. 권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현황 보고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거나 잘못된 것으로, 이 정도라면 대법관 후보로 크게 손색이 없다”고 발언했다가 야당의 반발을 샀다.
◆대법원장이 나흘 만에 4명 낙점
법조계 안팎에선 이참에 대법관 후보 추천 시스템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촉박한 일정이 가장 큰 문제다. 양 대법원장이 4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 것은 6월5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6월1일 13명의 후보자를 추천했으니 6년 임기 대법관 후보 4명을 낙점하는 데 나흘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법관 4명의 퇴임일(7월10일)을 불과 2개월 앞두고 대법관후보추천위가 구성(5월3일)된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대법관후보추천위의 허술한 검증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김 후보자와 같은 경우 검찰 측이 어느 정도 검증을 하고 후보자로 올렸다고 추천위가 신뢰해 결국 패착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판에 박힌 후보가 아니라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하려면 대한변호사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법무장관 등 대법관후보추천위 구성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병일/이고운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