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해외서 돌아오고…30대 남자 결혼 늦추고…40~50대 대부업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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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글로벌 경기침체, 팍팍한 사회상
20대 유학·어학연수 포기
서울 35~49세 노총각 급증
40~50대 급전마련 시달려
‘국내로 돌아오고, 결혼은 더 늦추고, 사금융으로 몰리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국민들의 생활상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유학 어학연수 등 장기외유를 자제하며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는 젊은층이 점점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40대 이상의 중년층은 사금융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초저출산’과 ‘중산층 붕괴’가 더욱 심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젊은층 귀국 러시
불안한 경제여건으로 해외로 나갔던 젊은이들이 국내로 되돌아오고 있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국제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내국인의 순이동(입국인구-출국인구)은 3561명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해외로 나간 20대는 13만7771명으로 전년 대비 4639명(3.3%) 줄어든 반면 국내로 들어온 인구는 14만1332명으로 2510명(1.8%) 늘어났다.
서운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대는 주로 유학을 목표로 해외에 나가기 때문에 대외환경 변화에 민감하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됐던 지난해 상반기에 특히 국내로 많이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 늘 순유출이었던 20대 인구는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9년 처음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경기가 나쁘다 보니 해외로 나가는 것을 미루게 되고, 해외 체류 비용이 높아지면서 귀국을 선택하는 젊은이가 많았다. ◆서울 노총각 10배 증가
이날 발표된 서울시의 ‘통계로 본 서울 남성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35~49세 남성 10명 중 2명 이상이 미혼이었다. 미혼 남성 비율도 최근 20년간 10배 넘게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2만4239명이었던 35~49세 미혼 남성은 2010년 24만2590명으로 20년 새 10.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일 연령층 미혼 여성 증가율(6.4배)을 훨씬 웃돌았다.이에 따라 1990년 2.2%인 35~49세 남성 미혼율은 2010년엔 20.1%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미혼율은 2.1%에서 11.8%로 늘었다.
남성은 저학력, 여성은 고학력에서 미혼 비중이 높았다. 2010년 35~49세 미혼남성 중 고졸 이하가 52.4%(12만7040명)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미혼여성 중에선 대졸 이상이 61.0%(8만8612명)였다. 지난해 서울 남성과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2.3세, 30.0세로 20년 전보다 각각 3.9세, 4.4세 높아졌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묻는 질문엔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응답이 2006~2010년 사이에 진행된 조사 중에서 가장 적었다. 남성 중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6년 28.1%에서 2008년 24.3%, 2010년 20.7%로 감소했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선택사항’이라는 응답은 2006년 22.5%에서 2010년 29.8%로 늘었다. 박영섭 서울시 정보화기획담당관은 “경제난으로 학업기간이 길어지고 취업이 늦어지면서 초혼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혼 증가 현상이 지속되는 한 초저출산 문제가 극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업체 찾아가는 중년층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40~50대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다. 씀씀이를 조절하지 못해 대부업체를 찾은 20~30대 이용자가 감소한 대신 생활고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가장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이날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2007년 17%에 그쳤던 40~49세 대부업 이용자 비중이 2010년에는 23%로 오르더니 올해는 25%로 뛰었다. 50~59세도 마찬가지다. 2007년 6%에서 올해는 11%까지 상승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소득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가장으로 분류되는 40대 이상 대출 희망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실제로 자금용도를 가계생활자금이라고 밝힌 대출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2007년만 해도 기존 대출금 상환을 목적으로 대부업체를 찾은 비중이 41%였고 가계생활자금을 위해 빌리는 경우는 39%였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달라져 가계생활자금 비중이 55%였고 기존 대출금 상환은 20%에 불과했다.
강경민/박종서/김유미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