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윤대 KB회장은 입맛을 다시고 …

우리금융 민영화가 무산된 것 같다. 말도 많던 뒤끝이었다. KB금융 이사회가 불참을 결정한 것은 여러 가지 전후 사정을 의식한 때문일 것이다. 사모펀드 한두 군데가 여전히 미련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금 사정 등이 여의치 않다고 하니 사실상 물건너 간 일이 되고 말았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입맛을 다시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뒤통수를 긁적일 것이다. 더구나 CD 금리 담합을 비롯한 금융권의 탐욕을 놓고 공정위, 감사원, 언론의 질타가 이어지던 와중이었다. 새누리당은 쓸 데 없는 일을 벌이지 말라는 경고를 이미 내놨었고 … .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방식이라면 우리금융 민영화는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굳이 론스타 트라우마가 아니더라도 사모펀드에 은행을 넘기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을 합쳐 생겨난 은행을 과연 민영은행이라고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국영은행이 아닌 것은 맞지만 민영은행으로서의 지배구조를 갖출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정치권은 지금도 국제적 전례 없는 금산분리 정책을 선무당 주문 외우듯 하고 있고 이는 독립적인 민간 금융자본의 출현을 틀어막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다음 정권에 가서 합병이든 그 어떤 방법을 거치든 우리금융 민영화는 주인 없는 공룡은행만 탄생시키고 말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런 결과를 민영화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나. ‘주인 없는 금융’이라는 도그마를 부수어내지 못하는 한 올바른 민영화는 불가능하다. 이는 한국 금융의 영원한 족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