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 "경제민주화, 대꾸할 필요있나"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경제 살릴 대통령 나와야

“(표심을 의식한) 인기 발언에 일일이 대꾸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존 법률로도 경제민주화는 충분히 성취할 수 있다고 본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사진)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을 작심하고 반박했다. 대표적 경제단체 전경련을 이끄는 허 회장이 침묵을 깨고 경제민주화 논쟁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치권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허 회장은 지난 26일 저녁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전경련 하계 포럼’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치권에서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뜻이 모호한 개념이어서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계를 압박하는 정치권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등은 잇따라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난 25일 “우리나라 시장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재벌에 의한 힘의 집중과 남용”이라며 전경련에 ‘경제민주화 책임 이행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는 야권이 추진 중인 대기업 증세론에 대해서도 “증세가 과연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느냐”며 “과거를 보면 그렇지 않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차기 대통령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업이 잘돼야 고용도 사는 것이고 세금을 많이 내서 재정도 창출한다”며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누가 적임자인가’란 질문에는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고 레벨업할 수 있는 후보가 적임자”라며 “아직 (후보가)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고 서로 비슷비슷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관련해선 “국민들에게 대기업이 존경받아야 하는데 일부 기업들의 잘못으로 전부가 그런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치는 게 안타깝다”며 “그런 부분을 개선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대기업의 적극적 역할도 역설했다.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위기일수록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허 회장은 기업들이 올해 약속한 투자를 예정대로 집행하도록 전경련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