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vs 우리銀, PF자금 난타전…금호산업 정상화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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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공사비 먼저 갚아야…별도약정 폐기하라"
우리銀 "준공된 만큼 대출원금 회수는 당연"
산업은행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금호산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장 대주단(우리은행·농협은행)과 갈등을 빚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주단이 채권단 경영정상화 약정(MOU)을 위반하고 별도약정으로 PF 대출원금을 회수해 손실을 금호산업에 전가하려 한다며 공식 이의제기를 하고 나섰다. 우리은행 등 대주단은 지난해 4월 금호산업과 맺은 별도약정은 MOU 위반이 아니며 PF 대출원금 회수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30일 금융당국 및 은행들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우리은행과 농협에 부천 중동 PF사업장 대출원금 2350억원을 먼저 회수하기 위한 별도약정을 폐기하고 예정대로 시공사인 금호산업에 분양대금으로 들어오는 공사비를 먼저 지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워크아웃 기업에는 현금보유를 늘려주기 위해 우선 공사비를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산은은 이 같은 의견을 금융당국에도 공식 보고했으며 미래에셋 등 금호산업 FI(재무적투자자)들과 함께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은 “공사비 지급이 우선”우리은행 등 대주단은 부천 중동 PF사업장(리첸시아 중동)에 금호산업 워크아웃 시작 때인 2009년 말 1650억원을, 워크아웃 이후인 작년 4월 7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대주단은 지난해 돈을 추가로 넣으면서 준공 후엔 공사비 지급보다 PF 대출금을 우선 회수할 수 있다는 별도약정을 금호산업과 맺었다.
산은과 우리은행은 이를 두고 수차례 공문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산은은 대주단이 지난해 금호산업과 맺은 약정에 자금보충약정서 및 책임분양확인서 등 별도약정을 포함시켜 PF 대출원금 2350억원을 모두 회수하려는 것은 경영정상화 MOU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은은 공문을 통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의 경우 PF 대출원금 회수보다 공사비 지급을 먼저하도록 경영정상화 MOU가 체결돼 있다”며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별도약정을 통해 MOU를 어기고 PF사업장의 손실을 시공사인 금호산업에 전가하려 한다”고 밝혔다.산은 관계자는 “워크아웃 후 투입된 700억원 외의 PF 대출원금을 모두 회수하려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우리은행이 금호산업에 직접 대출한 4000억원은 대부분 담보채권이기 때문에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여부와 상관없이 회수가 가능하지만, PF 대출원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조기 회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절차적 문제없어”
우리은행은 금호산업과 맺은 별도약정을 폐기하라는 산은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이 무리하게 이의제기를 지속할 경우 금호산업 채권단에서 탈퇴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호산업이 대주단의 승낙 없이 자체 자금을 투입해 준공했기 때문에 대주단이 미분양과 할인분양으로 인한 손실을 부담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문을 통해 “준공 이후엔 미분양 물건과 입주잔금 등은 대출원금을 담보로 취득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PF사업장 대출원금 회수엔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오히려 산은이 협의 없이 금융당국에 이의제기를 하면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우리은행(채권액 비중 27.83%) 산은(24.50%) 농협(15.97%) 국민은행(8.15%) 등이며 부천 중동 PF사업장 대주단은 우리은행과 농협이 맡고 있다.
◆은행 갈등에 워크아웃 차질
우리은행 등 대주단이 PF 대출원금 회수에 나서면 금호산업은 PF사업장 공사비 2200억원을 거의 받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올 연말 유동성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지난 5월 주채권은행과 대주단 사이의 갈등으로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풍림산업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당시 우리은행은 풍림산업을 살리기 위해 여러 차례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PF사업장 대주단인 농협·국민은행이 ‘배신’했다고 주장하며 갈등을 키웠다.채권단과 PF 대주단 사이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