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잡스 사진 안돼" 애플 "소니 언급 말라"

삼성-애플, 특허소송 첫날부터 '신경전'
3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 1호 법정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침해소송은 치열한 신경전으로 시작됐다. 배심원 평결을 중시하는 미국 법원에서 승소하려면 배심원의 감성을 자극하는 상대방의 시도를 초기에 무력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애플이 모두 변론에서 지난해 10월 사망한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진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는 잡스를 이용해 ‘인기 경연’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루시 고 판사는 삼성전자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모두 발언 때 아이폰이 소니의 디자인을 참고했다는 내용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고 판사는 재판 전날 애플의 이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삼성전자가 재판 당일 이 부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자 “포함하려는 내용의 강도 등을 애플 측과 다시 협의하라”며 한발짝 물러났다. 아이폰 디자인이 소니의 디자인을 참고했다는 주장을 ‘모두 변론’에 포함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미국에서는 형사뿐만 아니라 민사도 ‘일반 국민 가운데 뽑힌 배심원’의 평결을 참고하는 배심원제를 적용하고 있다. 배심원 평결은 판사의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배심원과의 첫 대면인 ‘모두 변론’ 내용을 가지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 이유다.

배심원 10명을 선정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재판부는 배심원 후보 74명 가운데 △애플 삼성전자 구글 모토로라에 근무한 적이 있거나 이들 회사 직원 중 가족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지 △삼성이나 애플의 휴대폰이나 태블릿PC를 소유하고 있는지 △삼성 애플과 관련된 책을 읽은 적이 있는지 △삼성이나 애플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지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는지 등을 물어봤다. 재판부는 양측 변호인단과의 상의 끝에 최종적으로 배심원 10명을 선정했다. 최종 배심원은 남자 7명, 여자 3명이다. 무직자 가정주부 기계공학자 등이 포함됐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