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융감독원장 "가계부채로 금융위기 순식간에 올 수도"

성장 둔화 속 연체율 상승 경고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31일 가계부채와 관련, “연체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어 경제여건이 나빠지면 위기상황이 단기간에 급속히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권 원장이 가계 부채 위험을 이렇게 강한 톤으로 경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권 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소속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위기가 현실화되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양산되고 서민경제 기반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원장은 “최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진행되면서 연체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어 경제여건 악화시 금융위기로 급격히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2003년 카드사태나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스페인 금융위기 등도 자산 성장이 둔화되면서 단기간 내 부실이 급증해 금융위기로 전이됐다”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이에 따라 “가계부채 잠재 위험에 대한 조기경보 지표를 개발해 정밀 감시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대응계획을 만들어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조기경보 지표에는 가계부채 증감, 원리금 상환부담, 신규 연체 증감률, 부동산 가격동향 등이 반영된다.

권 원장은 “금리가 높고, 신용위험이 큰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아울러 서민들과 저신용층의 금융실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민생금융 체감지수’를 만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지수는 금융 접근도(서민 등 취약계층 대출 비중), 금리 수준, 자금사정(은행 한도대출 소진율, 가계부채 연체율 등), 금융비용 부담, 금융 서비스(민원 발생) 등 부문별 민생금융을 수치화하는 지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