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마저 '뚝'…선박·유화 맥 못춰

7월 수출 8.8% 감소
2년9개월 만에 최대폭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지난달 수출이 2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7개월간 누적 수출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0.8%)로 돌아서는 등 하반기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3분기 이후에도 수출여건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보고 지난달 하향 조정한 연간 수출 목표치를 재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무역흑자 규모 급감지식경제부는 7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한 446억2200만달러, 수입은 5.5% 줄어든 418억7600만달러로 27억46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무역수지는 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지만 전달(49억900만달러)에 비해 규모는 21억6300만달러나 줄었다.

수출은 선박 자동차 석유제품 등 대부분의 주력 제품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2009년 10월(-8.5%)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13개 주력 품목 가운데 9개 품목의 수출 실적이 주요국 경기둔화와 공급과잉으로 인한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뒷걸음질쳤다. 품목별로는 컴퓨터(15.7%), 액정디바이스(6.7%), 일반기계(3.5%)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 반면 선박과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각각 57.5%, 34.7% 감소했다.

특히 선박은 유럽국 재정위기 영향으로 선주들의 인도가 지연되면서 수출액이 작년 7월 49억4000만달러에서 지난달 21억달러로 절반 이상 위축됐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4.9% 감소했고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0.5% 줄었다. 미국(10.0%) 아세안(11.8%) 일본(12.8%)으로의 수출은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유지했다. 내수 부진 영향으로 수입은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유 수입물량은 증가했지만 수입액은 7.6% 감소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간 수출입 목표 재수정 검토

지경부는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하고 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이 연쇄적으로 둔화되면서 하반기에도 큰 폭의 수출 증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석유제품 등 주력 제품의 수출단가 하락도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진현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중국의 산업경기가 위축되면서 철강제품 석유화학 등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현저하게 둔화되고 있다”며 “주요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수출동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지경부는 올해 수출입 전망치를 재수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지경부는 지난달 대외시장 변수 등을 감안해 연초 세운 연간 수출 목표를 5950억달러에서 5745억달러로, 무역수지 흑자 목표액도 250억달러에서 235억달러로 각각 내렸다. 한 실장은 “이달 수출 상황을 보면서 연간 수출입 전망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며 “하지만 당초 목표로 세운 교역규모 1조달러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