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되풀이되는 '식물국회'

김정은 기자 정치부 likesmile@hankyung.com
19대 국회의 첫 임시국회가 3일 끝난다. 33일이나 지각해 개원하는 등 시작부터 실망스러웠던 19대 국회의 첫 성적표는 역시나 좋지 않다. 대법관 임명동의안,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등을 놓고 질질 끌다가 1일이 돼서야 중소기업지원법 개정안과 한국국제협력단법 개정안 등 단 두 개 법안을 처리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안 조속 처리 등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19대 국회 개원 당시 약속했던 11개 합의사항 중 지켜진 것은 거의 없다. 그러던 여야가 8월 임시국회 소집 시점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에 맞춰 8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자 새누리당은 ‘방탄국회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반대 논리는 8월 임시국회가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보호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추가 소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열흘 정도 지나 임시국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물샐 틈 없이 방탄국회가 되도록 해놨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많은데도 새누리당이 8월 임시국회에 소극적인 데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8월 국회에 협력하지 않는 것은 (이·김 의원 자격심사안 처리 등) 여야 원내대표 합의, 민생문제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시국회는 재적의원 4분의 1(75명) 이상의 요구로 열 수 있다. 128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소집 요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8월 임시국회는 열리게 된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의 의사일정 합의가 없으면 ‘식물국회’가 된다. 특히 민주당이 임시국회를 열겠다고 주장하는 날은 토요일(4일)이다. 박 원내대표의 구속을 피하기 위해 하루도 안 쉬고 국회를 이어가겠다는 ‘꼼수’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19대 국회 들어 발의된 법안은 900건이 넘는다. 산적한 민생법안을 논의할 시간이 부족한 판에 여야는 여전히 정쟁으로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 지난 18대 국회 법안 폐기율이 53.1%에 달해 ‘최악의 불임 국회’라는 오명을 들었는데 19대 국회도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