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가치 논쟁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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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전에 시동이 걸렸다. 관심 없다던 사람들도 모여서 밥 먹을 때면 이제 대선 후보 이름들을 꺼낸다. 선거라는 게 그렇다.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도 들뜨게 만든다.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대선은 걱정거리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돈’ 때문에 그랬다. 정치자금이든 후원금이든 달라는 손이 너무 많았다. 지금도 그때 기억 때문에 대선이 있는 해에는 아예 해외를 떠도는 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문민정부 이후에는 좀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선은 기업인들에겐 골칫거리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너무 많은 것이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정권 교체를 경험한 뒤부터는 챙길 것이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은 사실 별것 아니다. 기업이 하는 일이 ‘환경적응업’인 한 어떤 그룹이 정권을 잡아도 적응하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다.
장밋빛 공약 누군 못 내랴
사실 더 큰 문제는 정책이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약이 절대 바꿀 수 없는 ‘대못’이 돼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오는 일이 대표적 예다. 행정신도시 건설, 4대강 개발 등은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으로 등장해 결국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들게 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가느냐, 안 가느냐’ ‘개발하느냐, 안 하느냐’ 등으로 사람들이 쪼개지고 국론이 분열됐다. 공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여전히 걱정이 많아진다. 대부분 여론 조사가 기반이다. ‘고객을 상대로 직접 물어보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원시적 마케팅은 기업에서도 실패하게 돼 있고 성공한다고 해봐야 저급한 수준일 뿐이다. ‘품질의 신’으로 불린 세계적인 경영학자 에드워즈 데밍이 언급한 대로 “고객은 아무 것도 모른다. 누가 에디슨에게 전구를 발명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가” 말이다. 혁신가가 전구를 만들고 컴퓨터를 만들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런 국민이 모두 한 표씩을 갖고 있으니 이들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담아내고 이왕이면 그럴듯한 것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장밋빛 공약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중장년을 만나면 정년 연장을 해달라고 하고, 대학생들을 만나면 등록금을 낮춰달라고 하고, 취업준비생을 만나면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 정치인들은 이 요구를 뿌리치기 어렵다.
비용 고려해야 진정한 정책그러나 보라. 인터넷 시대, 전 세계 정보가 실시간으로 소통되는 이 시대에 ‘하늘 아래 새로운 놀라운 정책’이란 사실상 없다. 수 년 전 군소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봐도 언급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왕 대선을 치를 거라면 논의의 틀을 바꾸자. ‘가치 논쟁’으로 가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기업현장에서 쓰이는 가치(value)라는 단어는 기능(function)을 비용(cost)으로 나눈 것을 뜻한다. 같은 비용이라면 더 많은 기능을 할 수 있어야, 같은 기능이라면 더 낮은 비용으로 할 수 있어야 ‘가치 있는’ 것이다. 공약이 있다면 과연 얼마의 비용으로 할 수 있는지를 반드시 같이 물어보는 논의의 틀이 필요하다. 이런 논쟁 없이 시작된 무상보육 등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우리는 이미 눈뜨고 보고 있다.
가치 있는 정책을 찾아내 공약에 담아라. 반드시 그 소요 비용과 예산에 관한 설명도 자세하게 붙일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아무리 좋은 공약을 내놔도 예산 마련의 길이 없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국민은 이제 그 정도는 계산할 능력이 돼 있다. 투표할 가치가 있는 대선이 되기를 기대한다.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대선은 걱정거리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돈’ 때문에 그랬다. 정치자금이든 후원금이든 달라는 손이 너무 많았다. 지금도 그때 기억 때문에 대선이 있는 해에는 아예 해외를 떠도는 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문민정부 이후에는 좀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선은 기업인들에겐 골칫거리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너무 많은 것이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정권 교체를 경험한 뒤부터는 챙길 것이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은 사실 별것 아니다. 기업이 하는 일이 ‘환경적응업’인 한 어떤 그룹이 정권을 잡아도 적응하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다.
장밋빛 공약 누군 못 내랴
사실 더 큰 문제는 정책이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약이 절대 바꿀 수 없는 ‘대못’이 돼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오는 일이 대표적 예다. 행정신도시 건설, 4대강 개발 등은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으로 등장해 결국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들게 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가느냐, 안 가느냐’ ‘개발하느냐, 안 하느냐’ 등으로 사람들이 쪼개지고 국론이 분열됐다. 공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여전히 걱정이 많아진다. 대부분 여론 조사가 기반이다. ‘고객을 상대로 직접 물어보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원시적 마케팅은 기업에서도 실패하게 돼 있고 성공한다고 해봐야 저급한 수준일 뿐이다. ‘품질의 신’으로 불린 세계적인 경영학자 에드워즈 데밍이 언급한 대로 “고객은 아무 것도 모른다. 누가 에디슨에게 전구를 발명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가” 말이다. 혁신가가 전구를 만들고 컴퓨터를 만들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런 국민이 모두 한 표씩을 갖고 있으니 이들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담아내고 이왕이면 그럴듯한 것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장밋빛 공약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중장년을 만나면 정년 연장을 해달라고 하고, 대학생들을 만나면 등록금을 낮춰달라고 하고, 취업준비생을 만나면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 정치인들은 이 요구를 뿌리치기 어렵다.
비용 고려해야 진정한 정책그러나 보라. 인터넷 시대, 전 세계 정보가 실시간으로 소통되는 이 시대에 ‘하늘 아래 새로운 놀라운 정책’이란 사실상 없다. 수 년 전 군소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봐도 언급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왕 대선을 치를 거라면 논의의 틀을 바꾸자. ‘가치 논쟁’으로 가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기업현장에서 쓰이는 가치(value)라는 단어는 기능(function)을 비용(cost)으로 나눈 것을 뜻한다. 같은 비용이라면 더 많은 기능을 할 수 있어야, 같은 기능이라면 더 낮은 비용으로 할 수 있어야 ‘가치 있는’ 것이다. 공약이 있다면 과연 얼마의 비용으로 할 수 있는지를 반드시 같이 물어보는 논의의 틀이 필요하다. 이런 논쟁 없이 시작된 무상보육 등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우리는 이미 눈뜨고 보고 있다.
가치 있는 정책을 찾아내 공약에 담아라. 반드시 그 소요 비용과 예산에 관한 설명도 자세하게 붙일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아무리 좋은 공약을 내놔도 예산 마련의 길이 없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국민은 이제 그 정도는 계산할 능력이 돼 있다. 투표할 가치가 있는 대선이 되기를 기대한다.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