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국채 매입한다지만…시장은 실망

시기·규모 안밝혀…스페인 증시 5% 폭락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직접 매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매입 방법과 시기를 내놓지 않아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오히려 급등했고, 유럽증시는 크게 출렁거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면적인 공개시장조작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위기국가의 국채 매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몇 주 내에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ECB가 추가적인 ‘비전통적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년 만기 저리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ECB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해지자 2010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한시적으로 직접 국채를 매입했다. 이후 독일 등의 반대로 직접 매입을 중단했다가 이번에 재개방침을 밝힌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26일 “유로 체제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국채 매입 재개를 시사했다. 하지만 독일이 적극 반대할 경우 국채 매입이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ECB 발표 직후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연 7%대로 반등하기도 했다. 스페인 IBEX지수와 이탈리아 FTSE MIB지수는 이날 5%와 4% 이상 주저앉았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