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녹십자, 차세대 독감백신 한판 싸움

8조 세계 백신시장 겨냥
SK케미칼, 전용 공장 건설
녹십자, 내년 9월 임상시험
국내 제약사들이 차세대 백신인 ‘세포배양 독감백신’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백신종가’ 녹십자가 이 분야 독자적 기술을 확보한 가운데 SK케미칼이 녹십자보다 한발 먼저 임상시험에 착수하면서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SK케미칼은 5일 “세포배양 독감백신의 임상시험 계획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승인받았다”며 “경북 안동에 신종플루 백신을 포함해 세 가지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라고 밝혔다. 녹십자도 지난달 말 세포배양 독감백신 전임상에 착수했으며 내년 9월 임상시험에 들어가 2015~2016년께 신제품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정부가 주도하는 ‘신종 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TEPIK)’에 참여 중이다.두 회사가 세포배양 백신 개발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올해 전 세계 독감백신 시장 규모는 63억달러(약 8조원)로 대부분이 유정란 백신이다. 차세대 기술인 세포배양 백신은 전체 시장의 1% 미만으로 시장 확장 가능성이 크다.

또 세포배양 백신은 유정란 백신에 비해 제조 기간이 짧고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유정란 백신을 제조하려면 6개월 이상 걸리고 계란의 공급량에 따라 백신 수급도 제한받는다. 또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겐 쓰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반면 세포배양 백신은 3개월 안팎이면 생산할 수 있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단 고도의 생산 기술이 필요하다. 다국적 제약사 제품 가운데서도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생산하는 곳은 노바티스(옵타플루)와 벡스터(프리플루셀) 두 곳뿐이다. 가격도 기존 유정란 백신보다 세 배가량 비싸다.2009년 국내 최초로 독감백신(유정란)을 개발한 녹십자는 MDCK세포(개의 신장세포에서 추출한 바이러스 숙주세포)를 활용해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제약업계 불황 속에서도 백신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 증가한 2033억원과 162억원을 기록했다.

유정란 백신기술 없이 세포배양 독감백신으로 직행한 SK케미칼 역시 MDCK 세포주를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르면 2015년부터 백신 연 1억4000만 도즈(dose·주사 1회분)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양약품 보령제약 LG생명과학 등도 백신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김우주 신종인플루엔자범부처사업단장(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임상시험을 통해 세포배양 독감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면 대유행 독감 백신을 우리 자체 힘으로 신속히 생산해 보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포배양 독감백신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숙주 세포군에 바이러스를 주입한 뒤 성장·정제해 만든 차세대 백신. 유정란 백신에 비해 제조기술이 어렵고 비싸지만 짧은 시간에 대량 제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유정란 독감백신10일가량 부화시킨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주입하고 키워 빼내 정제한 뒤, 화학요법으로 바이러스가 자랄 가능성은 없애고 항체를 유도할 수 있는 병원성만 남겨 만든 백신.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