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여파…기업회생 신청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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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7월말까지 140곳경기불황의 여파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구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며, 신청 기업의 덩치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100억이상 절반 육박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은 총 140개사로 조사됐다. 이는 2010년 한 해 신청기업 수 155개에 육박하는 수준이고, 작년의 190개와 비교해도 많은 수치다. 전국 법원 통계도 동일한 현상을 보여준다. 기업회생제도가 도입된 2006년 회생신청 기업이 76개에 불과했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8년 366개, 2009년에 669개로 껑충 뛰었다. 이어 2010년에 630개로 주춤했지만 유럽재정위기 등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작년 712개로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법정을 찾는 기업의 규모도 커지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지난 상반기 기업회생사건 접수 총 122건 가운데 총부채가 100억원을 넘는 기업이 55개로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작년 상반기 90개 기업 중 35개(39%), 작년 하반기에는 100개 기업 중 44개(44%)였다. 특히 지난 7월에는 18개 기업 가운데 12개(67%)가 이 범주에 속해 중견 이상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회생절차 신청기업의 증가는 작년 3월 도입한 패스트트랙의 영향도 적지않다는 게 법원 측 분석이다. 패스트트랙은 6개월 이내에 회생 여부를 결정짓고, 채권자협의회가 회계·법무법인을 선임하고 자금관리위원을 파견하는 등 회생절차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한 점이 핵심포인트다. 실제 회생절차 개시부터 회생계획 인가까지 소요 기간이 LIG건설은 6개월, 동양건설산업 7개월, 대우자동차판매 4개월, 임광토건은 4개월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에 작년 접수된 회생신청 190건 중 회생계획이 인가된 39건(3월13일 기준)의 평균 소요 기간은 182일로 약 6개월 정도였다. 종래는 1년 이상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정준영 부장판사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회생절차 안에서 청산을 진행하거나 자산매각·영업양도를 하는 등 다양한 기법이 활용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다양한 파이낸싱 기법을 동원해 회생절차를 조기에 종결짓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