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 국가신용등급 언제 상향 조정될까?

최근 해외시각 긍정적 개선
수출증가율 10%대 유지해야
최근 들어 우리 경제가 내부적으로 각종 비관론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외국인 자금 추가 유입 등 앞으로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복이 있긴 하지만 해외 시각을 알 수 있는 단기 지표들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초단기 해외지표에 해당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금리는 지난해 말에 비해 30bp(1bp=0.0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같은 기간 외평채 가산금리도 2014년 만기물 기준으로 60bp 이상 하락하는 등 중·장기 지표일수록 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등급도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가운데 제일 높게 나타났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가장 영향력이 높은 미국 무디스는 지난 4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되 전망은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이 등급은 한국보다 약 두 배나 잘사는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 경험을 바탕으로 잇따라 발생하는 금융위기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처한 덕분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한국 정부의 위기대처법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의 위기극복 경험 등은 각종 국제협약 부속서에 넣을 만큼 표준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속한 신흥국에 대한 해외 시각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히 확충되고 있는 것도 커다란 개선요인이다. 6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100억달러가 넘는다. 일부에서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외환보유액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적정 수준에 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금융위기 이후 적용하는 3대 신용평가사의 새로운 평가기준에서 가장 가중치가 높은 재정건전성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재정건전성 평가기준인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국가채무 비율은 기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지만 국제비교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은 32%로 위험수위인 7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해외 시각이 개선됨에 따라 다방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시각이 개선되는 초기에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용 투기적 성격의 외국인 자금이 먼저 들어온다. 그 뒤 해외 시각이 계속해서 개선될 때는 △기초여건 개선을 겨냥한 중·장기성 외국인 자금 유입 △국내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해외 차입금리 하락 등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유럽 재정위기 진정 여부에 따라 유출입이 반복되고 있긴 하지만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규모는 10조원에 달한다. 증시에 비해 해외 시각이 잘 반영되는 국내 채권시장에는 지난달까지 5조3600억원이 들어왔다. 이 자금의 질적 성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감독기관은 중·장기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은 유럽위기로 어려운 가운데도 ‘트리플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계 자금 유출입 여부에 따라 기복이 있지만 주가(코스피지수)는 지난해 말에 비해 상승했다. 외국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국내 채권시장은 3년 만기 국고채 가격 기준으로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수익률 하락)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도 작년 말 달러당 1150원대에서 최근 1130원대로 절상됐다.

해외 시각과 관련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실제 신용등급은 언제 상향 조정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관행대로 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조정됐다면 올 11월 있을 정례조정 때 상향 조정될 수 있다. 하지만 새로 적용되는 평가기준을 감안, 한국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많은 과제가 해결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부문에서는 지금 당장 상향 조정되더라도 무리가 없을 만큼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주가 환율 외환보유액 등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신용 스프레드와 CDS금리는 더 떨어져야 한다. 위험수위에 도달한 가계부채와 조작사건에 휘말리고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대한 확실한 대책과 입장을 표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실물부문 개선 여부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의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경제의 상징성이 높은 수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형성에 직접적 동력이 되는 설비투자는 각각 10%대의 증가율을 유지해야 한다. 대표적 경기후행지표인 고용사정도 개선돼야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비록 가중치가 떨어지긴 했지만 북한을 비롯한 대외환경도 한국의 신용등급 평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 반 이상 끌어온 유럽위기가 어느 정도 안정 국면에 진입해야 한다. 북한도 많은 변수가 있는 만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를 비롯해 3대 신용평가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이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한국 신용등급의 한 단계 상향 조정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