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까워 선풍기도 못 틀고" …경기도, 폭염 취약 계층 '현장 출동'

잠 못 이루는 독거 노인들 "몸 불편해 시원한 경로당 가지도 못해"

지난달 24일부터 경기도 31개 시·군에 폭염 경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경기도청 소속 직원들이 취약 계층 도민들을 돕기 위해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폭염 경보는 낮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인 경우가 이틀 이상 지속될 때 내려진다.

김성렬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7일 오전 성남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찾아가는 현장 실국장회의'에 참가해 "열흘 넘게 이어진 극심한 폭염으로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 이분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실국장회의에는 김 부지사, 박정오 성남부시장를 비롯해 조광주 경기도의원, 이재율 경제부지사, 김용연 보건복지국장, 박종길 인제대 환경공학부 교수 등 총 22 명이 참석했다. 최복진 성남소방서 구급대원은 "더위 관련 신고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며 "노인들이 길거리 한복판에 쓰러져 있거나 주말에 방문했더니 실신해 있었다는 복지사와 가족들의 신고를 종종 받는다"고 전했다.

노인돌보미로 일하고 있는 이맹숙 씨는 "독거노인 댁을 방문하면 너무 더워 숨이 턱 막힌다. 도에서 지급한 선풍기는 전기세가 아까워 보자기로 씌워놓고 틀지도 못한 채 방치 돼있다" 며 "이런 분들께 전기세를 전액 지원하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도는 혹서기 대응이 어려운 저소득 계층 4000여가구에 선풍기, 쿨매트 등 폭염 대비 물품을 지원했다. 무한돌보미 1만2000여명을 활용해 가정방문(주 1회), 안부전화(주 2회) 등의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또 행전안전부의 지원을 받아 도내 8000여개 경로당에 5만 원씩 전기세를 지원하고 있다. 경로당들이 전기료 절감을 위해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날 오전 회의에 앞서 김 부지사와 회의 참가자들은 인근에 위치한 독거노인 가구를 방문했다.

지체(척추) 5급과 백내장을 앓고 있는 안금순 할머니(76)는 "요즘 너무 더워 잠을 못 잤다. 게다가 3년 째 수면제를 먹어야 잘 수 있다. 많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너무 힘이 된다"며 김 부지사의 손을 꼭 잡았다. 5평 남짓한 반지하 집에서 홀로 살고 있는 김선식 할머니(70)는 "경로당은 시원하겠지만 몸이 불편해 밖에 나서지 못한다" 며 "밥도 약 때문에 억지로 먹고 있다"며 성치 않은 다리와 심장수술 후 먹는 약 봉지를 보여줬다.

김 부지사는 폭염 취약계층 현장을 둘러본 후 "직접 와보니 몸이 불편해 무더위 쉼터나 경로당이 있어도 가지 못하고 식사도 못드시는 어려운 분들의 사정을 알 수 있었다" 며 "경기도가 이들을 위해 좀 더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다"며 돌보미 방문과 의료진찰 빈도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도내 인근 경로당과 지역주민센터 등을 활용해 5000여 개의 무더위 쉼터를 지정했다. 지난달 27일부터 폭염특보 발령 시나 무더위 시간(오후 1시~5시)에 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를 발송하고 무더위 쉼터로 대피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