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번듯한 집' 꿈 이뤘다…SM그룹, 아파트 한 채 선물

한국 체조 첫 金메달리스트 양학선, 孝心도 금메달감
농심, '너구리' 평생 제공도…SNS 응원 메시지 '북적'

비닐하우스를 헐고 번듯한 집을 짓고 싶다던 ‘도마의 신’ 양학선 선수(20·한체대) 의 꿈이 이뤄졌다.

올림픽 체조 사상 첫 금메달 소식이 전해진 7일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양학선 비닐하우스’ ‘양학선 너구리’ ‘양학선 형’ 등 연관 검색어가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양 선수의 어려웠던 가정 환경과 따뜻한 가족애가 전해지면서 트위터 등 SNS에 양 선수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빠르게 퍼져나간 것. 양 선수의 부모가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삼라건설을 모태로 창업한 SM그룹(회장 우오현)은 8일 아파트 1채를 양 선수 가족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이 아파트는 광주광역시 남구 월산동에 신축 중인 우방유쉘(전용면적 85㎡·시가 2억여원)로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이 소식을 접한 트위터 아이디 @jan***는 “훈련비 80만원 매달 10일날 부모님께 입금하고 금메달 따면 집 사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이제 양학선 선수 행복해질 일만 남았다. 흥해라 양 선수!”라고 말했다. 양 선수의 부모는 전라북도 고창군 공음면 석교리에 있는 전체 20가구 남짓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광주광역시 달동네 단칸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양 선수는 동네 놀이터 철봉에서부터 체조 선수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먼저 체조를 했던 형을 따라 체조 선수의 길에 접어들었지만 어려운 생활을 비관해 사춘기에 가출하는 등 방황하기도 했다. 공사장 미장 기술자로 생활하던 아버지도 몇 년 전 어깨를 다쳐 인대가 모두 끊어지면서 생계는 점점 더 어려워져갔다. 2년 전 석교리로 이사를 왔지만 그해 폭우로 인해 가진 것 모두가 쓸려내려가고 비닐하우스 한 채만 남았다. 아버지는 우울증에 걸렸고, 양학선은 이를 더 악 물었다. 2년 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한 뒤 “아무도 트집 못 잡는 신기술을 만들어야겠다”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게 공중에서 1080도 회전하는 세계 최고 난도의 기술 ‘양학선1(양1)’ 이다. 그는 올림픽 전부터 “금메달을 따서 비닐하우스를 뜯고 번듯한 집을 짓고 싶다”고 말해왔다.

금메달을 딴 직후 어머니 기숙향 씨가 “돌아오면 ‘너구리(라면)’부터 끓여줄까?”라고 말한 한 매체와의 인터뷰도 화제를 낳았다. 너구리 라면을 제조하는 식품회사 농심 측은 “양 선수에게 평생 먹을 너구리를 제공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냥 양 선수를 너구리 광고모델로 썼으면 좋겠다”며 “평소 라면만 먹으며 운동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양 선수가 지난해 인터뷰에서 밝힌 취미도 화제다. 양 선수는 “무서운 영화는 못 본다”고 말하며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보기가 취미”라고 밝혔다. 그가 당시 추천한 일본 애니메이션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남성 댄스 듀오 ‘노라조’가 2010년 발매한 앨범의 수록곡 ‘형’도 뒤늦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노래는 현재 군복무 중인 양 선수의 형 양학진 씨가 선수촌에서 힘들어하는 동생을 위해 불러줬던 노래. “삶이란 시련과 같은 말이야, 고개 좀 들고 어깨 펴 짜샤, 형도 그랬단다. 죽고 싶었지만 견뎌보니 괜찮더라”라는 가사다. 인내와 희망을 노래하는 이 곡은 양 선수 가족이 모두 즐겨듣는 노래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