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은행, 이란과 '불법 거래' 논란…英·美, 감정싸움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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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금융중심 런던 노린 월가의 공격"…美 "달러결제 면허 아예 박탈할 수도"
SC뉴욕법인 면허 취소땐 영업이익 40% 줄 수도
정치권·언론까지 싸움 가세
“미국 뉴욕주 금융감독청(DFS)의 보고서는 작가 존 그리샴의 추리소설 수준이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테러국가인 이란 측과 2500억달러 규모의 불법 거래를 했다는 뉴욕주 금융감독청의 조사 결과에 대해 영국 금융계는 물론 정치인과 언론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SC은행은 주요 혐의 사실을 부정하는 한편 미국 감독당국이 꺼내들 처벌 카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달러결제(dollar clearing) 면허 박탈이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70개국 SC은행의 달러화 무역금융이 올스톱될 수 있는 조치다. 이 때문에 SC은행의 이란 금융거래가 미국과 영국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미국 당국의 영국 은행 죽이기”
SC은행은 7일(현지시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뉴욕주 금융감독청의 조사 보고서는 사실관계부터 틀렸다”며 혐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란과의 금융거래 중 99.9%는 규정을 준수해 이행됐으며 문제가 되는 금액은 1400만달러 미만인 데다, 뉴욕주 금융감독청의 규정 해석이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존 피스 SC그룹 회장은 “이번 조사로 회사가 영구적 손상을 입게 되면 미국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의회 재무위원회 소속 존 만 노동당 의원은 “미국 감독당국과 정치권에 반(反)영국 정서가 번지고 있다”며 “금융산업의 중심을 시티에서 월스트리트로 옮기려는 세력 다툼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 관련) 제재를 어겼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재무부가 감독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 법무부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금융법규 위반이 아닌 테러국가 지원 문제로 상황을 몰고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양국 주요 경제매체도 나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6주간 바클레이즈, HSBC, SC 등 영국 은행 3곳이 법규를 위반한 것은 영국 금융 감독정책의 실패”라고 꼬집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은행들이 미국 사업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영업하는 미국 은행들의 지위가 위협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맞받았다.
◆SC, 달러 무역금융 막히나
FT는 미국 감독당국이 동원할 수 있는 SC은행 제재수단 가운데 달러결제 면허 박탈이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미 달러화를 이용한 자금이체와 무역 관련 결제는 대부분 미국 내 은행을 통해 이뤄지는데 SC 뉴욕법인의 관련 면허가 박탈되면 글로벌 SC은행 전체가 해당 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SC은행은 전 세계 영업이익의 40%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SC은행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국가 및 기업 간 달러결제 거래를 대리하며 높은 수수료 수익을 거둬왔다. 국내 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은행들 중에서도 SC은행이 큰 강점을 보이던 것이 무역금융 업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SC은행의 달러결제 사업 규모는 세계 일곱 번째다. 이 같은 우려로 SC은행의 주가는 7일 16% 급락했다. 전날 6.2% 하락에 이은 것이다.
한국에서도 SC은행은 외환은행과 함께 무역금융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피스 회장은 “한국에서 무역금융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